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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거스트 Apr 13. 2024

잠봉뵈르님 바게트로 올라와주세요!

어거스트브런치의 추천 메뉴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날, 내 하루는 대부분 피트니스센터로 운동을 다녀오고 한 끼 정도는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다. 루꼴라, 아보카도 등 애정하는 브런치 재료가 없다면 ‘냉장고를 털어 냉털 재료를 활용한 브런치 만들기’가 내 특기이다. 보통의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가족들이 남긴 반찬을 싹쓸이해 비빔밥을 만들어먹고 자투리 찬들이 비워지고 그릇을 씻을 때면 뭔가 상쾌함이 남는다. 요즘 같이 채소 과일이 비쌀 때 자칫 유통기한을 넘겨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면 이건 뭐 거의 죄악이다.

‘오늘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할 수도 있어요’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채소를 살리고 집에 남아있는 빵으로 뭘 만들지 생각하는 게 매일 아침 눈 뜰 때 하는 나의 루틴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엔 밤사이 배송된 마켓컬리 배송 박스를 뜯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말인즉슨 오늘은 좀 색다른 브런치다운 브런치를 식탁에 차릴 수 있는 날인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소프트바게트, 잠봉(생햄), 아보카도살사 소스…에 어젯밤에 만들어놓은 토마토살사 딥까지 대기하고 있으니 갑자기 의욕이 불끈 솟는다. 올리브오일에 찍어 먹기에는 딱딱한 바게트가 좋은 반면, 샌드위치에는 조금 부드러운 바게트가 낫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입 천정이 남아나지 않는다. 부드러운 바게트는 동글동글하게 썰어서 발뮤다에 1분만 구워준다.

냉장고 채소칸에 방치해 뒀던 토마토를 먹어치우기엔 핫소스 듬뿍 넣은 살사 딥이 정답이다. 잘게 다진 토마토에 핫소스가 제 맛을 돋운다. 핫소스는 따로 구입하지 않고 배달용 피자 박스에 달려오는 걸 모아두었다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설탕과 소금, 후추 약간, 레몬즙을 넣어 버무리면 끝. 토마토가 달랑 하나뿐이라서 빨강 파프리카를 썰어 넣었더니 단맛이 더해져 다진 양파를 넣은 것보다 한결 맛나다. 어제저녁 설거지 후 미리 만들어뒀더니 맛이 잘 배인 듯하다. 때마침 고수가 있어 손으로 잘게 찢어 넣어주니 제법 고수의 맛이 느껴진다. 버터 바른 바게트 위에 샌드위치용 치즈 한 조각을 올리고 잠봉은 원하는 만큼 적당히 혹은 수북하게 올려줘도 괜찮다. 그냥 이렇게만 먹어도 맛이 없긴 어렵다만 오늘은 미리 만들어둔  토마토 딥을 한 숟가락 추가하고 그 위에 아보카도살사소스까지 1 작은 테이블스푼 떨어뜨려주었다. ‘아 이거 미래의 <어거스트 브런치 레스토랑> 시그니처 메뉴로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몰려든다.

킥은 커다란 플래터 접시에 각각의 재료를 디스플레이해서 원하는 입맛대로 올려 먹는 앙트레(전채요리: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음식) 스타일로 제공하면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대표 메뉴가 될 것 같은 필이 온다.

좌/ 꾹꾹 눌러 버터를 담고 큰 컵에 찬물을 담아 실온 보관하는 버터벨은 버터 풍미를 확 살려주는 신문물이다.

오늘도 그랬지만 요즘 우리 집 브런치 테이블의 인기몰이는 버터벨이 다하고 있다. 이 친구로 말하자면 죽은 맛도 살려주는 버터계의 가위손이다. 냉장칸에 보관한 버터는 비스킷처럼 딱딱해서 잘 펴 발라지지도 않지만 버터향도 나는 둥 마는 둥. 버터벨에 담아 실온 보관한 버터는 크리미 한 발효버터 상태라서 버터향이 확 올라오면서 혀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는다.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풍미가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인별그램 공구몰에 올라온 릴스를 보다가 궁금해서 구매했는데 버터 마니아 가장 님께 칭찬까지 받았다. 실온에서 말랑해진 버터를 벨 모양의 용기에 꾹꾹 눌러 담고 차가운 물을 받은 받침용 머그컵 안에 넣으면 되니 사용법도 간단하다. 냉장고가 아닌 실온에 보관해 두고 먹는 버터의 맛이란~! 특급호텔로 디너코스 먹으러 가면 동그란 하드롤에 버터 한 조각 나오는 거 기억나는데 딱 그런 버터 맛이 난다.  

오늘 특별히 맛있었던 잠봉뵈르 오픈샌드위치에는 잠봉의 역할도 중요하다. 잠봉은 프랑스어로 햄을 뜻하는 말로 프로슈토나 하몽과 한 형제로 보면 된다. 돼지 뒷다리를 손질해 정제소금과 원당만으로 맛을 낸다. 와인이나 치즈처럼 숙성 기간이 길수록 깊은 맛이 자랑한다. 식재료를 염지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식들은 그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사랑받는 식재료에 해당되는 것. 좀 더 공부해 보자면 향신료를 넣은 물에 끓여서 만든 익힌 햄을 잠봉퀴이JAMBON CUIT라 하고 익히지 않은 생햄으로 만든 걸 잠봉크뤼JAMBON CRU라 한다. 일반 햄류보다 염도가 낮아서 건강에 이로운 식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다이어트에는 익혀서 칼로리와 염도를 더욱 낮춘 잠봉퀴이를 추천한다. 반찬 없을 때 간장계란밥을 쓱쓱 비벼 한 그릇 뚝딱 먹듯이, 프랑스 사람들이 만만하게 먹는 식사에 1순위는 잠봉뵈르 샌드위치! 하루 평균 220만 개 정도 소비될 정도로 파리지앵의 주식인 셈이다. 그래서인가 잠봉뵈르를 파리지앵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그 잠봉뵈르가 한국에 처음 상륙했을 때 꽤나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성수동 어딘가에서 처음 먹어본 잠봉뵈르샌드위치에 나는 적잖이 놀랬었다. 덩어리째 두툼하게 썬 버터조각도 충격이었지만 짭짤한 햄을 켜켜이 쌓아서 양상추나 토마토 한 조각 없이 만든 샌드위치라니 하며 말이다. 이거 건강은 생각지 않고 만든 샌드위치구만 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근데 오늘 보니 잠봉의 품질이 높을수록 덜 짜고 담백함 마저 살아있어 역시 식재료는 싼 게 비지떡인가 싶은 생각이 다시금 든다. 유행 타는 트렌디한 메뉴는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호불호의 갈림길에서 정반대편의 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채를 곁들인 미니 잠봉뵈르의 맛이란!!

에필로그> 게으른 완벽주의자!

나를 보면 딱 앞뒤 다른 스타일이라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완벽주의자라면 완벽함을 갖추고자 쉼 없이 노력해야 할 텐데 찔끔하다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미니바게트를 이용한 잠봉뵈르 오픈샌드위치의 맛에 홀딱 반해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이런 내 모습 매일매일 만나고 싶다. 쓰다 말다 한 글도 마무리 짓고 폰 갤러리에 쌓여있는 쓰임새를 못 찾은 사진들도 하루빨리 빛을 보기를 바란다. 어쨌든 잠봉뵈르오픈샌드위치를 5조각이나 먹고 피트니스센터로 상체 부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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