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절의 사랑, 모든 계절의 이별
밤얼음 작가님이 새롭게 연재하는 작품의 프롤로그를 읽었습니다.
단지 플로로그임에도 깊이 읽게 되었습니다.
사랑했던 천일, 이별을 위한 백일.
계절을 건넌다면 열한 번의 계절동안 사랑했고
계절을 지난다면 한 번의 계절동안 이별을 준비한 건가.
그리고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만추 [late Autumn]"
계절의 끝에서 만나 사랑하고 많은 계절을 건너,
다시 그 계절에 부재의 그에게 안부를 묻는 영화.
헤어짐이 없는 이별 이야기.
다시 플로로그를 읽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르는데 조금 먹먹한 느낌.
그래서 이런 댓글을 남겼죠.
"열한 번의 계절을 함께하고 나머지 한 계절을 이별하고
그 나머지 한 계절의 일기인가요"
사실은 쓰고 지운 댓글이 있었습니다.
"이별의 그 한 계절이 모든 계절이 될 때까지 다시 열한 번의 계절을
사랑하는 건 욕심이겠죠"
라는 댓글이었죠.
음, 많이 궁금했어요.
그 이별의 한 계절은 어떤 계절이었을까.
혹은 그 계절이 두 계절의 사이였다면
어느 계절에 닿아 있고 어떤 계절을 지나 기어코 이별에 닿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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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더 아프고
고와서 더 슬프고
더워서 더 지치고
스산함 속에 더 외로운 이별이라면
이 계절까지만 사랑할걸.
다시 만나도 헤어질 유예된 이별이라면 차라리
추워서 더 따뜻하게
고와서 더 아름답게
더워서 더 청량하게
스산함 속에서도 더 다정하게 사랑할걸
그렇게 이 계절까지만 사랑할걸
-
그랬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결국 유예되었을 뿐인 헤어짐. 이었겠죠.
이렇게 쓰고 나니 먹먹함이 조금의 안도로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계절의 온도와 바람과 향기에
가만히 스며들었을 기억.
그 기억이 스며든 계절이 다시 반복되는 동안은
어쩌면,
여전히 사랑하고 여전히 헤어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간혹,
앞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습니다.
"안녕,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다시 일기를 쓰는 것 같습니다.
이별에 빠진 이별일기를
혹은
이별만 빠진 이별일기를.
오래전 어느 일기장에서 이런 글을 읽은 것 같습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잘못도 계절의 잘못도 아니여야
다시 모든 계절을 지나며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info.
연재작_ 「우린 다시 만나도 헤어질 거야」 밤얼음 作
https://brunch.co.kr/brunchbook/bamicepage
info.
영화_ 「만추 」 2011년
기억나는 대사_"알아요. 당신이 여기 없을 거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