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써도 쓰게 되는 나의 글
글을 왜 그렇게 써요?
크헉! 원래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제가 뭘 잘 못썼나 보네요.
영화나 책이 없으면 작문을 못해?
아, 그게, 뭐라도 소재를 얻고 도움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징징 대지 좀 마요. 가만 보면 너무 징징대는 것 같아.
아니 한 사람만 읽어도 행복하겠다던 사람은 어디 간 거야?
아, 그게 원래 사람이란 게 그렇습니다.
주재파악엔 한계가 있어도 욕심은 끝이 없죠
요행을 부리지 말고 노력을 해봐요.
남들처럼 뭘 꾸준히 올려보던가.
이건 뭐 연재의 규칙도 없고 성의도 없고.
아, 그게 먹고사는 일도 일인지라.
유난 떨지 마요. 다들 당신 정도는 바쁘게 살아.
게으른 거야. 그거, 좀 꾸준히 한다 했다.
어디 가겠어.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더니.
훗, 오래간만에 기획을 한번 해볼까나.
컨셉을 정하고 제목을 지어봅시다. 소개글도 쓰고요!
일단 이렇게 써보자고 정했으니 가장 중요한게 남았네요.
이제 정말 정했으면 반드시 써야할 글의 목차를 만들어 봅시다.
어떤 책이 있었을까? 나의 글쓰기 선생님들 좀 나와주세요~!
저기요 선생님, 한 줄 앞으로 나와주시고요. 아니 그 앞으로. 그쵸.
어휴 선생님은 젤 끝에. 할 말이 제일 많아.
가만있어보자. 2회 차까진 기존에 썼던 글을 활용하고
3회 차부터가 시작인데.
'기억을 위한 기록'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띵동]
응? 무슨 알림? 아, 답글 남겨 주셨구나!
햇. 댓글노트에 적어놔야지. 어! 댓글노트!
나의 댓글 기록지.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니까.
더할 나위 없다.
"덕분에 답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괜히 시작한 거지? 어떻게 어떻게 한다 했을 거야? 응?
막 안심도 하고 은근 뿌듯해하고. 그치? 이제 어쩔 거야.
어디선가 환청이 들려온다. 고작 4회 차 만에?
제목도 정했잖아. 나름 이렇게 써보자고 생각해 둔 게 있잖아.
그렇다. 이렇게 써보자의 그 '이렇게'가 영 안 써진다.
'이보시오. 작가 선생 "무엇이든 쓰게 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뭐라도 우선 써보라 해서 쓰긴 하는데
그 '우선 뭐라도'가 아니 되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어릴 때 바둑교실에서 처음 들은 말도 비슷한 말이었다.
"일단 한수를 둬 봐라"
이게 오목을 오래 두면 바둑인 줄 알던 아이한테 할 소리인가.
한수를 뭔 수로 두란말인가.
그래도 올려 보라하니 돌 하나를 정 중앙에 탁 하고 올려 본다.
흠. 그렇다고 사람을 그렇게 처다 볼 일인가 싶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큰 결심을 한 듯 노려보고 있지만
너른 판 위에 어떤 돌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 뭐라도, 단 한글자라도 아니면 제목이라도 계속 타이핑해보자.
주제는 제목에 담겼으니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씁쓸하긴 하지만 결국 쓰게 된다.
4회 차 연재글의 제목은 '쓰게 된다 더니 쓰기만 한 글쓰기'
그리고 주제가 되어준 책, 김중혁 작가님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
책을 다시 한번 읽고 매모해 둔 문장을 펼쳐 본다.
'그 문장이 여전히 좋은가. 이 책은 여전히 나에게 의미가 있는가'
물론 의미가 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라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줬다.
제목이 전부여도 좋은 책이다. 결국 무엇이든 쓰게 되었다.
김중혁 작가님의 문장이 떠올랐다.
'최선을 다한 문장이어서가 아니라 하는데 까지 해본 문장이어서 그렇다'
하는데 까지 해보기. 그저 고민하고 써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시작이 필요하다. 지금의 고민을 접고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4번째 연재글의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그 글을 짓기 위해 난 어떤 고민을 하게 될지 상상해 보자.
찾았다! 이 글의 첫문장!
쓰기 전엔 절박함에 마음을 쓰더니 쓰고 나서는 입맛이 쓰다.
거창한 글도, 잘 쓴 글도, 재밌지도 않은 글이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쓰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고작 3,000개가 채 되지 않는 글자를 펼쳐 두고 퍼즐을 맞춤 샘이다.
머릿속엔 계획도 있고 이렇게 그려보고자 하는 그림도 있지만
퍼즐 조각을 올려야 할 곳엔 그 어떤 표시도 되어 있지 않다,
일단 올려보고 맞춰봐야 그곳에 맞는 조각인지 알게 된다.
그렇게 퍼즐을 정신없이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갸웃하게 된다.
"어! 이 그림이 아닌데"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로소 그림의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내가 어떤 퍼즐 조각을 어디에 두었기에 이런 그림이 되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어디에 놓여야 내가 원하는 그림이 될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더 많은 것을 상상 할 수 있다.
이제 어떻게든 그려 볼 수 있다.
뭐. 아직 어설프고 군데군데 빈 곳도 보이지만
나에겐 어떻게든 써본 나의 4번째 연재글 속
지어낸 이야기 한편이 완성되었다.
- 짧게 '지어낸' 이야기 [ 이야기의 5단계 ]
조만간, 아니 아마 내일이겠죠.
이야기의 발단을 만들어준 지인에게 또 한소리 들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얍삽하다는 둥, 잔머리만 굴린다는 둥.
고작 고민하고 쓴 게 그 모양이라는 둥.
그런데 왜 이렇게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을까요.
쓰고 나니 쓰다고는 썼는데 지금 저의 얼굴은
결과물과 다른 게 해맑고 난리입니다.
그래도 늦지 않게 쓸 수 있었다는 안도감이 가장 클 것 같고요.
잘 쓰면 좋겠지만 못써도 쓰게 되는 사람이 되었다는 작은 뿌듯함.
죄송합니다. 사람이 금세 이렇게 변하네요.
흠. 각설하고,
요즘 어느 작가님 덕분에 다시 입에 붙은 말이 있습니다.
"두 개만 동그래도 동그라미지 뭐"
네, 김창완 아저씨의 에세이에서 갖고 온 말입니다.
안 쓴 글은 죽어도 못 읽지만 쓴 글은 어떻게든 읽히게 됩니다.
글자가 놓이고 문장들이 만들어지면 못쓴 글도 내 글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김중혁 작가님의 책 제목(!)도 아주 좋아합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그래서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원고지 14매 정도의 산문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물어본다.
대답은 간단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여 원고지 14매가 되면 멈춘다."
p57.
그렇게 여러 개의 문장을 첫 문장으로 써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첫 문장이 나타난다. 그 문장이 최선을 다한 문장이어서가 아니라 '하는 데까지 해본 문장'이라서 그렇다.
p.76
우리는 단언하듯 문장을 만들지만 그 문장이 얼마나 불안정하며 바보 같은 것인지도 알고 있다.
바보 같은 줄 알면서 계속 쓰고, 단언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하얀 눈 위의 구두 발자국'같은 문장을 끊임없이 찍어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속에서 흔들리며 글을 쓴다.
p.123
글쓰기는 혼자 해서 좋은 것이지만, 혼자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중략) 말은 뱉으면 그만이지만, 글은 발표하기 전 수십 번 수백 번 고칠 수 있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고쳐낼 수 있다.(중략)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글쓰기 속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p.137
info.
에세이_「무엇이든 쓰게 된다」 _김중혁作 / 위즈덤하우스
그리고 기억나는 문장.
Q. 첫 문장은 어떻게 쓰나요?
A. 처음에 씁니다.(중략) 첫 문장은 모든 글을 다 쓰고 나서 제일 앞에 두는 문장입니다.
epil.
후... 다섯 번째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