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의 상과 늘 함께 있었던 걸세."
골드문트는 안젤름 신부의 심부름으로 꼬리솔나물을 캐러 갔다.
리제.
숲 속에서 잠든
골드문트에게 다가온 여인.
그녀는 그를 이성의 수도원에서 끌어내어
예술과 생명의 여정으로 이끄는
최초의 자극이 되었다.
리제는 한 여인이기 이전에,
그의 운명을 열어젖힌 문에 가깝다.
쿠노의 엄마.
어린 쿠노를 통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난 듯한 골드문트. 쿠노의 엄마는 사랑에 대해 솔직하고 직선적이며 강렬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였다.
골드문트는 그리워한 어머니의 품이
이토록 단순하고 강렬한 본능의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뤼디아와 율리에.
기사의 딸인 자매, 뤼디아와 율리에는
사랑의 두 얼굴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
뤼디아는 골드문트에게
깊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이며
그가 형상화해야 할 감동이다.
반면 율리에는
사랑 없는 욕망, 유혹과 도발의 상징이다.
이 자매와의 만남을 통해
골드문트는 사랑을 경험하는 존재에서
사랑을 이해하는 존재로 성숙해진다.
리즈베트.
조각가 니클라우스의 딸로서
당시 사회질서와 제도 속에 있는
여성의 운명을 상징한다.
자유로운 인간인 골드문트와
질서의 산물인 리즈베트의 경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레네.
흑사병이 만연한 소도시에서 만난 소녀.
"죽음의 도시에서 함께 빠져나갑시다!"
죽음의 한가운데서 사랑스러운 레네를 만났지만 그녀 또한 곧 죽음으로 헤어진다.
그녀의 죽음으로 골드문트는
죽음의 실체와 상실.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인간의 고통에 더 가까워지고
인간존재의 상처를 이해하는 모습으로 성장한다.
레베카.
유대인들이 화장당한 장소에서
아버지를 잃은 레베카를 만난다.
기독교와 사회 전체를 향한
그녀의 울부짖음은,
유대인과 여성이라는
당대 가장 취약한 존재의 목소리였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피해자의 슬픔과 약함을 이용해
지배를 정당화하는 구조,
인격과 고통은 무시된 채
성적 대상화만 남는 남성 중심 사회의 잔혹함을
헤세는 이 인물을 통해 고발한다.
이 폭력의 구조 속에서
골드문트의 선의조차
착취와 억압으로 변질된다.
마리.
하숙했던 주인 딸.
등과 허리가 구부정하고 절룩거리며 걷는다.
골드문트에게는 험난한 길을 걷다가
잠시 쉬게 해주는 쉼터와 같다.
단지 정서적. 정신적 위안과 휴식을 주지만
동정의 대상으로 창조적 영감을 주지는 못한다.
아그네스.
모든 금기의 아이콘.
백작의 애첩으로 고혹적이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가진 이상화된 여성으로
쾌락과 공포. 열정과 파멸의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다.
권력의 첩이자 탐욕스러운 그녀지만
골드문트에겐 여신처럼
찬란하고 매혹적인 존재이다.
"나는 위험이 닥치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남자만 좋아하거든요"
골드문트는 자신이 자랐던 수도원의 제단으로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그의 젊은 시절의 잊히지 않는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의 이미지를 빌려 올 참이었다.
그가 염두에 둔 여성은 아름답고도
소심한 기사의 딸 뤼디아였다.
"나는 어머니의 상과 늘 함께 있었던 걸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p468참고]
그가 만났던 여인들이
모두 어머니의 상이 었다.
그 어머니의 상들이
골드문트를 깨우치고 성장시켰다는 것.
그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 역시 어머니.
대자연의 생명의 근원이자
사랑의 원형이 기도 하지만
지금은 죽음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골드문트는 세상을 모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여정을 마치면서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었다.
봄의 말씀
"아이들은 모두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알아듣는다.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그리고 새 움을 트라.
몸을 내던지고 삶을 겁내지 마라.
늙은이들은 모두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알아듣는다.
늙은이여, 땅속에 묻혀라.
씩씩한 애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라."
마치 헤세가 어머니가 되어
골드문트에게 들려주는 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