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데이트

남은 건 의심뿐

by Do what you wanna do

[두 번째 데이트, D-89]


사실 몇 번이나 약속을 취소할까 고민했다.

그런데도 두 번째 만남을 갖기로 한 이유는 그의 마음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나랑 맞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놓치기 싫었다.

그렇게 한 번만 더 만나보자라는 심정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어쩌면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깐, 그가 왜 내가 찾던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냐면

대화. 대화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잘 통했다.

그동안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의 조건이 있었다.

얼굴은 이래야 하고 담배는 안 폈으면 좋겠고 직업은 이렇고 등등

으레 말하는 이상형 목록이랄까.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이 사람이라면 그런 조건들이 하나도 안 맞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대화가 잘 통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사람이 살아온 환경, 배경, 조건 그 어느 것도 내게 중요하지 않았고

궁금해지지조차 않았다.


'이런 게 잘 맞는다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한 사람.

'이런 게 운명인가?'


첫 만남 때 15분이나 늦은 게 너무 미안해서 이번엔 3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기다리는 동안 설렘반 걱정반으로 그에게 용기 내서 먼저 연락을 해봤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나기 전까지 그는 계속 단답으로 일축했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는 내 말에도 그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고

어떻게 오냐는 내 질문에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며칠간의 일방적인 잠수와 계속되는 단답 콜라보로 그를 만나기도 전에 난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런 데.

실제로 마주한 그 사람은 핸드폰 너머 나를 헷갈리게 했던 사람과 완전 달랐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달라진 헤어스타일을 바로 알아차리고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했고 오늘 옷 너무 멋있게 입었다며 틈틈이 나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계속 궁금해하며 묻고 또 물었다.


'뭐지 이 상황?

분명 그동안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행동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호감이 없다기엔 따뜻했고 있다기엔 너무 미지근했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가 내게 호감이 있는 건지 확인하려는 내가 계속 보였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즐기자. 즐거우니 되었어.'


오랜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유쾌했고 대화도 잘 통했다.

평범한 오르막 길 하나를 걷는데도 우린 배가 찢어지게 웃고 떠들었다.

길가의 간판 하나도 우리에겐 모두 소재거리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헤어질 순간은 너무 빨리 다가왔다.

평일 저녁 아홉 시 반. 아직 헤어지긴 이르고 그렇다고 어디 가기도 애매한 시간.

내심 그가 '맥주라도 한잔하고 갈래요?'라고 말해주길 기다렸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가볍게 던진 그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되물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일까?’


좋아하는 마음이 서로에게 부담이 될까 봐 너무 조심스러웠던 우리,

그게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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