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하게 사랑을 하고
세 번째 데이트부터는 빠르게 흘러갔다.
세 번째에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며칠간 밤새도록 통화를 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어 있었다.
한 겨울에 정처 없이 홍대 바닥을 걸으며 뜬 눈으로 함께 아침을 맞이했던 다섯 번째 데이트,
장기 여행 전 반차까지 써가며 야심차게 준비한 여섯 번째 데이트.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일곱 번째 데이트를 끝으로 나는 한 달간 발리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만나온 날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여행을 떠나는 나를 그는 이해를 해줬고
여행을 함께 하겠냐는 나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며 발리까지 망설임없이 따라와서 한 달 뒤, 나의 남은 여정에 동참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우리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수행하며
여느 커플처럼 뜨겁게 사랑을 했다.
그와의 데이트는 늘 새로웠고 늘 특별했다.
'나 이거 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해봤어'라는 내 한마디면
그는 망설임 없이 '오늘 해보자.'라는 말로 늘 어떻게든 내 호기심을 풀어주려 했었고
헤어질때면 "오늘 데이트도 좋았어."라는 말을 아낌없이 했다.
함께 처음 맞이한 벚꽃, 한강에서 바라본 노을, 늦은 봄 추위에 덜덜떨며 찾아다닌 가챠샵, 마음껏 웃고 즐긴 재즈바.
그리고 수많은 우연이 만들어낸 예기치 못한 추억들
이 모든 게 우리의 서사였다.
이 모든 순간이 너무 좋아서
‘좋았던 우리’가 언젠가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