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그래도 안녕.
헤어진 이유가 거창했던 건 아니다.
아무도 관계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오해를 바로잡지 않았다.
서로 한 두 마디만 더 오갔으면 여느 때처럼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을
그 잠깐의 용기를 내지 못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지쳤을까, 지쳤겠지.
내가 헤어짐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다.
더 이상 그의 세상에 내가 없어서.
평소라면 서운하다는 내 말에 잔뜩 놀라 그게 아니라며 달려왔을 그인데
상처받았단 말에도 설명은커녕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를 보면서
그의 사랑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이 기분으로 오늘 널 만나고 싶지 않아. 그냥 오늘 각자 쉬자."
내 말을 듣고 그는 가타부타 말도 없었고 이걸 신호로 우리는 각자의 동굴을 찾았다. 이틀 동안이나.
전조증상이라곤 없었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누구보다 사이좋은 우리였다.
헤어진 당일에도 여느 때처럼 굿모닝 인사를 하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몇 시간 뒤 있을 우리의 데이트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우리가 서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고 남이 되길 선택한 건 불과 30분이 채 안 되는 순간이다.
처음엔 기다렸다. 좀 지나면 연락 오겠지. 평소처럼 나를 찾아와 주겠지.
밤 11시가 되면 여느 때처럼 잘 자란 인사를 하러 오겠지.
그런데 그는 오지 않았다. 그날 밤도 그다음 날도.
화가 났다. 왜 너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지. 내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걸 알면서 왜 그대로 두는 건지.
그러다 슬퍼졌다. 이별을 직감해서.
그리고 무너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져서.
그리고 흐느꼈다. 이대로 끝내기 싫은데 이미 끝났단 걸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먼저 말을 꺼내기로. 그냥 두면 그는 영원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란 직감이 왔고 그렇게 우리는 잠수이별을 하게 될 것 같았다.
생각을 해보니 우리는 늘 이랬다. 나는 늘 서운했고 그는 내 서운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서운함을 이해받지 못할수록 나는 점점 더 서운했고 더 멀어졌다.
나의 서운함이 그에게는 강요였고 부담이었다.
괜찮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줄 알았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했잖아.. 내가 뭘 해도 다 이해할 거라고 했잖아..'
헤어지자라는 말에 별 다른 말 없이 그는 내가 잘 지냈으면 좋겠단 한마디로 모든 말을 일축했다.
마지막이니까 대화 좀 하자고, 네 말을 듣고 싶다고 매달리는 내게 그는 단호했다.
"헤어지자고 한 건 너야. 그리고 나는 너랑 더 할 말이 없어. 잘 지내. 그게 다야. 진짜야.
그리고 나 운동가야해. 끊을게."
헤어진 사실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건 "변화한 그"였다.
늘 다정했고 늘 내가 먼저라던 그가 싸늘하게 변해있었다.
한 번쯤은 그의 진심을 들을 수 있길 바랐다.
헤어지잔 말은 진심이었지만 이기적 이게도, 어쩌면 그가 잡아주길 기다렸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니까..
말이 잘 통해서 좋았던 우리였는데 결국 말이 안 통해서 헤어졌다.
2025년 5월 5일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날짜도 왜 하필 5월 5일이야. 잊지도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