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by Do what you wanna do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좋았던 우리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관계에서 서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남자친구와 나 둘다 우리의 관계에 진지하게 임한다는 것이었다.

갈등이 생기면 깊어지지 않게 바로 해소하려했고 오해는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매일 깊은 속마음을 얘기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갈등이라도

잘 풀어나갈 수 있다라는 믿음이 서로에게 깊이 박혀 있었다.


처음으로 우리 사이에 균열을 느낀건 함께 간 발리여행에서였다.

나는 발리에서, 그는 한국에서 각자 생활에 집중하다 한달 뒤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하루에도 수십번 보고싶다는 말을 하며 발리에서 함께 보낼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기다렸던 그가 발리에 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인데 이상하게 우리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계속 부딪혔다.

분명 같이 있는게 좋아서 함께 여행을 간 거였는데 같이 있는게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생겼다.


반나절 이상을 서로 아무말도 안하고 보내기 일쑤였고 대화보다는 회피를 선택한적도 많았다.

급기야는 ‘아 차라리 같이 여행하자고 하지말걸 그랬어..’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우리가 처음 함께하는 여행이니까 좋은 추억을 쌓고 무조건 잘보내야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작은 다툼도 흘러가는데로 두지 않았고 꼭 해소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반면 그는 휴가 기간동안 종종 해결해야하는 회사 업무 때문에 예민해져 있었다. 동시에 자기 때문에 휴가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있었다.


여행을 망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어느 누구도 서로의 불안감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고

그 속에서 서로 눈치만 보면서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여행이 중반쯤 왔을때, 아침부터 이상한 기류가 흘러 용기내서 먼저 속상함을 말한적이 있다.

‘ 나는 지금 우리가 좀 불편한 것 같아. 혹시 기분 상한 일이 있어?“


그는 조금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런거 전혀 없어. 그리고 꼭 매 순간 기분 좋을 수는 없잖아.”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근데 이상하게 차가워진 말투와 무평한 표정을 그냥 모른채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부터 아무 말도 안하고 표정도 뭔가 좀 무뚝뚝해 보여서 화난게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어. 기분 나쁜게 있으면 말해줄래?’

‘그런거 없다니까? 그리고 나 곧 일해야 되는데 네가 계속 이렇게 나를 잡고 있으면 내가 일을 할 수가 없잖아“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나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났고 너한테 기분 나쁜것도 없어. 네가 물어보니까 지금 대답하는거고 내가 지금 기분나쁜건 지금 네가 이렇게 나를 붙잡고 있는거야. 나는 곧 업무 해야해서 그 전에 준비하고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지금 너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잖아. 지금 네 행동이 나를 기분나쁘게 해. 그리고 나 계속 말했지만 곧 업무 해야되니까 미안한데 좀 비켜줄래?’

‘…그래 알겠어…’

그와 말이 안통한다고 느낀건 처음이었다.

서운하다는 말에 ‘그랬구나. 그런거 아니야. ’ 한마디를 바랬다.

그런데 그는 자기 기분이 먼저였고, 내 말을 살펴주지 않는다고 느끼게 했다.

머지 않아 급한 일은 마무리됬다며 그가 뒤늦게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어긋난 마음이 좁혀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린 말이 줄었고 말이 줄어들수록 감정은 과장되었다.

별거 아닌 상황에도 짜증이 났고 혼자 실망하고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걸 해결할 용기가 없어서 그저 참기만을 택했다.

그런데 감정이란게 한번 생기면 계속 그 생각만 들뿐이고

해소가 되지 않는 감정은 점점 더 격해져서 행동으로 나올 뿐이었다.


말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점점 행동에서 불편함과 무심함, 그리고 짜증이 표출되었고

남자친구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감정 앞에서 솔직하지 못한 내 마음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는걸 이때는 몰랐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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