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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Nov 23. 2023

세수부터 하자!

얼렁뚱땅 워킹맘이 사춘기 딸에게

오전 6시.

씻고나온 맨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얼마 전 37,900원에 구입한 금가루가 들어있다는 제품 앞에

대충 유성매직으로 쓰여진 숫자를 확인한다.

①, ②, ③, ④...

'아이고, 많기도 하...'

이렇게 바른다고 쳐진 피부가 탱탱해지는 것도 아닐텐데...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손은 바쁘게 얼굴로 숫자들을 찍어 옮긴다.


화장에는 재주가 없기에 예의 없이 당당하게 기초 화장만하고 출근을 한다.

가끔 기분이 울쩍하여 아이라이너라도 그리는 날이면,

직장 동료들에게 심장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손재주기에

대의를 위해서 분장은 패쓰다.


다행히,

꼰대 상사는 없기에

"무슨 자신감으로 맨 얼굴로 출근하냐?" 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는

들을 일이 없다.

들어도... 뭐 어쩌라고?~


대륙의 여자들은 출근하면서 툭툭.

무심한 퍼프질 몇 번이면 여신으로 변신하던데,

그런 손재주는 어떻게 만드는걸까?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2학년이 되고 부쩍 얼굴에 관심이 많다.

다이어트, 화장법 등등...

그 나이때 아이들에 맞게 잘 크고 있다.


문제는 엄마인 내가 그런 쪽은 무관심, 무지성이다.


들어도 잊어버리는 화장품 이름을

줄줄 외우면서 구입해달라고 하질 않나,

베어 피치, 베이비 베리, 멜로우 피그, 파이어리 로즈...

무슨 같은 색이 이리도 이름 많은건지 모르겠다.


비슷한 색의 립밤-립밤의 용도는 뭔가?-을 비교하며

어떤게 이쁘냐고 묻는다.


“엄마가 어떻게 알아? 니가 알아서 사!” 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놓고도

“이건 색이 너무 쨍하다, 이건 너무 아파보이겠다.”라며

충고 아닌 잔소리를 한다.

 

며칠 전, 올리브 영에서 세일을 한다며

책을 읽고있는 나를 귀찮게 하며 구입한

하이라이터와 쉐딩이 도착을 했다.

용도를 이해를 못해서 사용방법을 유심히 보고,

전해주며 물었다.


“이거 언제 바르는 건지 알고 산거지?


“응, 당연하지.”


".....근데 너 스킨로션은 바르니?”


“.....”


“설마....세수는 하지?”


“해..."


“근데 왜 소리가 점점 작아져? 너 제대로 안 하지?”


“하아~”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어이~ 따님. 세수부터 하자!”


남편의 웃음이 가득한 거실을 지나

내 화장대(?) 안으로 압수되어 가는 하이라이터와 쉐딩.


애타는 딸 아이의 외침에

내 속도 탄다.


보돌보돌 예쁜 피부.

괜히 이것저것 발라서

피부에 뾰로지 올라올라.


딸,  너 지금 충분히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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