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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이웃 봉사

by 둥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할때라야 비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듯 했다. 햇볕을 쫒아가는 해바라기들 처럼 성당 봉사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첫영성체가 다들 처음이라서 조금은 어색하고 새련미는 없었지만 가공하지 않은 원석의 투박함을 지녀서인지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무엇이든지 진심을 가지고 다가서다 보면 아름답게 보인다. 성당에는 여러 모임들이 있다. 이런 모임들은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봉사활동도 하고 신앙생활도 해나간다. 자부회는 어린이 미사를 함께하는 아버지들의 모임이다. 어머님들은 자모회라는 모임을 이루고 있다. 원래는 어린이 미사는 자모회 중심으로 운영 되오고 있었는데 아버님들의 참여가 성당 전체에 도움이 될거라며 신앙심 좋은 아빠들 중심으로 모임이 만들어 졌다.

모임의 횟수와 들이는 시간과 그로 인해 관계에서 오는 가진 힘의 소진은 내가 극도로 피하고 싶은 유형중에 하나이다. 성당 미사후에 일층 교리실을 들러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모임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 모임들은 대부분 자기 보다는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보다 신실한 신앙생활을 위한 교리 모임 들일것이다. 물론 내가 속해 있는 자부회 모임을 나의 의지로 선택하지는 않았다. 나에겐 그만한 심신도 없다. 그냥 아이들의 첫영성체를 누구보다 축복해주고 싶은 마음뿐 이였다. 그게 전부였다. 항상 모든 일은그러하듯 작은일들의 총합은 무시할수 없는 에너지 중량으로 사람을 무너뜨린다. 큰일 한방으로 나가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그런 작은일들의 총합을 사뿐히 뛰어 넘는다. 큰일 작은일 가르지 않는다. 봉사란 하다 보면 느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면 쪽빛 물들듯이 자연스럽게 물들어 가는쪽에 가까운듯 했다. 참여와 연대가 왜 중요한지 알아가게 된다.


성당에서 알게된 한 자매님의 이야기다.

성당에서는 서로의 호칭을 형제님과 자매님으로 부른다. 교회에서는 권사님 집사님 장로님등 다양한 직함으로 부르지만 성당은 대부분의 호칭을 하나로 통합해서 부른다. 그러다 보니 처음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겪다 보면 자연스럽고 이보다 편하게 없는듯 했다.슬픈 일일수도 있겠지만 한국 문화는 대부분의 단체 생활을 하는 회사조직이나 군대나 한국인들 두명 이상만 모이면 나이와 직위를 물어보고 어떻게 부르면 되는지를 정한다.

가장 보편적인것은 언니와 형님 그냥 이름끝에 누구씨를 붙혀서 부르곤한다. 이마져도 호구조사가 힘들때는 뭉퉁구려 아줌마 아저씨로 부르곤 한다. 한국인에게 호칭은 중요한 예의범절 중에 하나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나의 직함으로 통일하여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무래도 글러벌 스탠다드에 문화 효율성까지 두루 고민한 흔적이 묻어있다. 성당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될때의 호칭은 형제님과 자매님으로 부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 좀 더 친분이 쌓이다 보면 그분의 세례명으로 부르곤 한다. 나역시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과 아내를 위한 축복기도를 드릴때는 미카엘 라파엘 가밀라로 부른다. 호칭이 불러오는 마술은 작은것들 부터 변하게 만들어 준다. 호칭의 마술은 친근감과 거리감을 적절하게, 넘치지 않게, 조절해 준다.

산본성당 7기 첫영성체 반장이기도 한 자매님은 열정이 넘치는 분이시다. 성당 까페에 앉아 있으면 먼저 눈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온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예전 같으면 누가 다정스럽게 아는체 하는게 부담스러워을 지도 모른다. 근데 이상하리 만치 반장의 아는체는 싫지가 않다. 반장 자매님의 세례명은 안젤라 이다. 그렇다고 안젤라 라고 부르진 않는다.


"형제님 이쁜이는 안오셨나요 아 저녁미사는 형제님 담당이죠 "


아이들이 복사를 하겠다고 했을때 한달간 새벽미사 저녁미사 필사등 아이들과 보낼 한달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런 나의 속도 모른체 만날때 마다 자매님은 웃으며 이야기한다.


"좋으시겠어요 아들 둘다 복사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좋으세요"


복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신부님 좌우에 서서 미사 예식을 거드는 일을 한다. 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할 것들이 많았다.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아이들이 성당과 신부님을 좋아 하면 할수록 나의 원치 않은 성당 봉사활동은 의미를 더해가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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