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타기에 관하여
눈이 부시다.
겨울 햇볕이 눈밭 속으로 스며든다. 발목을 덮을 정도로 쌓여가는 함박눈이 솜이불 처럼 포근해 보인다. 눈속으로 숨어들지 못한 햇볕은 사물을 움켜 잡지 못하고 공간속으로 사라진다. 눈의 질감이 소리로 들려 온다. 눈이 지닌 입자가 어떻지를 소리는 알려준다. 잘 뭉쳐지는 눈이지, 흩날리는 눈이지, 솔가지위에 무겁게 쌓여가는 눈인지, 눈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수분 입자들은 눈이 가진것의 전부여서 그것으로 눈은 어떻눈으로 불리어진다. 이런 눈은 포근하게 쌓인다. 따뜻하고 포근한 솜털이 스키장 슬로프 위로 쌓여간다.
얼룩 이라곤 찾아 볼수 없을 정도로 백색 페인트를 부어 놓은듯 스키장의 슬로프는 눈이 부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 하면서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강습을 받으러 온다. 운동신경 이라곤 별로 없는 아빠의 몹쓸 DNA가 유전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스키 강사는 웃으며 이야기 한다.
"아이들 잘 타는데요 "
숏턴을 하기에는 아직 다리힘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는데도 아이들은 숏턴을 가르쳐 달라며 강사에게 졸라댄다. 숏턴을 하기에도 다리힘이 넘처나는 아빠는 근골격이 약해졌다며 네시간 타는 스키강습에도 힘이 부침을 느낀다. 아빠실력이 늘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또래의 사람들이나 국대 선수들처럼 멋지게 스키를 타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그들이 부러웠다.
스키를 타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겠지만 두다리를 십일자로 모으면 속도가 빨라진다. 그 속도에 내 몸을 얻어 속도가 만들어주는 스키의 스릴을 즐겨야 되건만 어느새 내몸의 무게 중심은 뒷축으로 이동해 스키를 타기에 부담스런 자세로 발버둥 치고 있다.
"아버님 왼다리에 힘을 빼시고 오른다리에 체중이동을 하세요 아버님 다리를 모으세요 아버님 안무서워요 스키위에 몸을 얻고 속도를 무서워 하지 마세요"
강사의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혀간다. 강사의 열정이 몸치의 어숙함을 치유할수 있다는 의지가 높아질수록 아빠의 등줄기 에서는 땀방울이 맺혀간다.
"아이들은 강사 말한데로 흔들림 없이 내려 오네요 잘 타네요 왼발 올리고 턴 오른발 올리고 턴 에이자 그리고 그렇치"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 한명씩 조를 나누어 두팀으로 강습을 받았다.운동 신경이 좋은 현정이는 나무랄때 없는 국대 실력으로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오후 4시가 되었다. 강습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았을때 강사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의무실이요 많이 다치셨나요 아 네네"
전화를 끊고 나서 강사는 몇초간 말이 없었다. 전해들은 말을 정리하는듯 했다.
"아버님"
"네"
"어머님이 스키 타시다가 다른분이 넘어지면서 덥쳤다고 하네요 지금 의무실에 있다네요"
강사는 듣고 있는 나보다 더 흥분한듯 했다.
"초급자로 보이는 남자가 제어도 못하는 분이라고 하네요 저희 강사가 스톱 하라고 손짓했는데도 넘어 지면서 어머님 스키를 쳐서 어머님이 쓰러졌다고 하네요 ᆢ그 정도면 미안하다 죄송하다 해야 되는데 자기는 몸이 부딪치치 않았다고 잘못 없다고 횡설 수설 하고 있데요"
강사의 말이 귀전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현정이가 어떻타는 건지 많이 다쳤다는 건지 이야기는 없었다.
현정이가 쓰러지고 강습해주는 여자선생님은 닥급하게 그 초보 스키어 아저씨를 불러 세웠다고 한다.
"아저씨 지금 어디 가시는거예요"
"몸끼리 부딪치지 않았어도 서계신 저희 교육생을 아저씨가 속도를 제어못해 스키가 부딪친거 잖아요 스키로 부딪쳐서 다쳐도 아저씨가 가해자 이이구요 그냥 가신다면 목격자인 저도 있고요 바로 신고 할거예요"
초보 아저씨는 사람을 제대로 만난듯했다.
순하고 고울것만 같았던 다정스런 여선생님은 실전상황이 되자 싸움닭으로 변신했다. 자기 교육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불쌍했을 초보아저씨를 몰아세웠다.
스키장 패트롤을 불러세운 강습선생님은 상황설명을 해주었다.
"아저씨 저는 이 스키장 패트롤 이구요 저도 멀리서 봤어요 아저씨 잘못 백프로 입니다. 내려가셔서 의무실에서 조서 적으셔야 됩니다"
"환자분 걸으실수 있겠어요"
현정이는 다행히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여강사가 적극적으로 상황 수습을 해주고 있고 또 경미한 타박상이 나중에 더 큰 골절상으로 나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벌꺽 겁이 났다고 했다.
"아니요 힘들겠는데요"
패트롤은 능숙한 솜씨로 오른쪽 다리에 각대를 대고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응급썰매에 현정이를 뉘우고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본인이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크게 벌어진 사고에 이제서야 실감이 났던 초보 아저씨는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들고 초점도 흔들리는듯 했다.
현정이가 의무실로 실려 내려오자 대학병원 응급실에 VPI 실려 오는듯한 상황이 전개 되었다. 하얀 가운입은 의사 8명이 현정이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팔 다리 어깨 대퇴부 온몸의 관절이란 관절은 조심스레 조금씩 돌려 보면서 "환자분 아프세요 아쁘면 바로 이야기해 주세요"
현정이는 자신의 몸 상태가 이런 극진한 대우를 받아야 될 정도인가를 생각했다.
"환자분 당장은 뼈는 이상 없는듯 한데요 대퇴부쪽의 인대가 늘어났을수 있어요 병원가셔서 더 찍어보시고 치료 받아보세요"
패트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오고 가며 조서를 적었다. 두명의 강사들은 가해자인 초보 아저씨와 그분의 와이프 그리고 성인이된 두명의 아들들 앞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 다시한번 분명하고 다부진 언어로 아저씨의 과실임을 강조 하였다.
"사장님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크게 다친 사람없어서 다행이예요 우선 저희도 몸 상태 봐가며 병원 가봐야 되겠다고 판단되면 연락드릴께요"
패트롤과 강사들의 설명에 이어 보호자인 내가 다시 한번 정리를 해주었다. 초보 아저씨는 이런 상황에 수긍하며 백기를 든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 안에는 이런 말들을 하고 있는듯 했다.
"아니 이제 초급 슬로에서 타야 겠구나 아니 다시는 스키를 안탈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다행이긴 하다 아이고 돈 들어갈일만 남았구나 "
"우선은 죄송합니다. 저때문에 사고 나신거니깐요 치료 받을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저흰 보험으로 처리할께요"
초보 아저씨는 몇 마디 인사를 남기고 의무실을 나갔다. 그분들이 나간후에 주완이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빠 저 아저씨 사고나고 혼자서도 못내려갔어 에이자도 하지 못해 스톱을 못해 근데 왜 거기서 탔는지 모르겠어 아빠는 그러지마 저 아저씨가 더 못타 "
"아빠보다 못 탄다고 "
칭찬인지 디스 인지 격려인지 독해력이 필요한 말을 듣고 현정이와 숙소로 걸어왔다. 방금전까지 8명의 의사에 둘러쌓여 치료 받던 환자 였던 현정이는 웃으며 이야기한다.
"오빠 액땜 했다. 올해 몸 조심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