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마태 6장29절
크리스마스다.
흥겨운 케롤과 종소리가 들려온다. 매서운 겨울 한파가 며칠째 버티고 서있다. 좀체 누구러들 마음이 없는듯 하다. 사람들은 어깨를 움추린체 머리까지 뒤집어쓴 두꺼운 외투속으로 온몸을 감싸고 종종 걸음으로 움직인다. 집을 나선 아이들은 몇걸음 걷지 못한체 서로의 모자를 뒤집어 쓰여준다.
책가방 밑으로 파묻혀버린 겨울 잠바에 붙어있는 모자를 꺼내 주며 쓰여주는 모습이 아름다윘다. 마음 마져 추위에 움추려 들지 않을까 서로를 챙기는 이웃들의 온기가 더해져 훈기가 돈다. 따뜻함은 먼데 있지 않았다.
성탄제를 온전히 즐기고 몸으로 전해져 들어오는 감정들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빨간 모자를 쓴 아이들, 사슴뿔 핀을 머리에 꽂은 아이들, 천사 날개를 등뒤에 붙힌 아이들, 둥근 천사 머리띠를 쓴 아이들, 아장아장 걸으며 율동하는 아이들, 연극 하는 아이들. 반짝이는 트리, 음율에 맞춰 지저귀는 아이들의 케롤송, 한아름 선물보따리, 유년부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백여명이 훌쩍 넘는 아이들은 서로가 만들어내는 기쁨을 풍성한 표정으로 빚어낸다. 서로에 표정을 보며 웃으며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른다. 시간은 흐름을 멈춘체 느림의 미학으로 존재한다. 하늘이 내려온듯 화사하고 아름답다.
아! 아이들이 가진 순수함, 사랑스러움, 맑음 ,밝음,투명함, 흰눈처럼 희디 힌 순결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이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그 순간을 온 몸으로 즐길뿐이였다.
성당 성탄제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들은 그 시간안에서, 그 순간을 천천히, 느리게, 시간을 잊은듯히 몰입해 있었다.
아이들의 맑은 눈과 환환 표정들은 그렇게 많은 말을 나누고 있었다.
"평화가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자비를 베푸소서"
신부님의 강론이 마음밭으로 들어온다.
강론은 순식간에 온 마음을 내려 놓게 만든다.
성당을 가기위해 준비하는 나의 몸가짐 속에 이미 평화가 깃들어 있는듯 하다.
촛불, 따뜻함, 환대, 연대, 약자와의 동행,엄숙함, 보편, 사랑, 예수, 배타성 보다는 보편성
성당이 가지는 언어들이다.
종교가 종교를 재단하고 진리라는 배타성으로 타인의 종교를 배척하기 보다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진정한 사랑을 나눌수 있는 종교가 예수님이 이천년전에 오셔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 ᆢ크리스마스 선물 일꺼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 이다.
행복을 가져다 주는것.
성탄제가 만들어준 선물이다.
그 순간이 온전히 의식으로 스며들어 시간은
어느덧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는다.
저녁에 큰처남 식구들과 오랫만에 저녁식사를 했다. 처남댁이 들려준 엄마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구순을 바라 보는 늙은 엄마는 지팡이를 짚고 막내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둘레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응달이 많아 대문 밑으로는 비탈길에 얼음까지 녹지 않아 성한 어른도 조심히 걸어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늙은 엄마는 막내딸의 전화를 받고 그 미끄러운 길로 들어설까 걱정되어 지팡이에 의지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히 혼자 몸으로 자식을 키워냈던 억척스러움은 사라지고 세월의 풍상에 늙어 여워진 엄마에 모습에 막내딸은 가슴이 저려왔을 터였다. 멀리서 쳐다본 엄마가 그 미끄러운 대문앞을 서성이는 모습에 화도 나고 밀려오는 슬픔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훈훈한 말은 오가지 않았겠지만 서로를 위하는 그 따뜻한 시선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걸 채워 주었다. 매서웠을 겨울 한파도 노모가 딸을 위하는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을 터였다.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수 있을까 ! 덤덤하게 늙수구레한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는 처남댁의 애잔한 마음에 내 마음도 녹아 들어갔다.
아마도 처남댁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엄마의 따뜻한 마음 그 존재감 이였으리라! 노모 에게도 막내딸에게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 삶의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사랑 이였으리라 !
이 겨울 존재 그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한 선물이 되어주는 사람이 될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한다.
"모든것은 하나의 행복으로 서로 엉클어지고 녹아들어 부드럽게 아침과 이어지고 낮은 자연스럽게 또다른 낮에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
앙드레지드 배덕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