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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제 멋데로 큰다

by 둥이

수영장

요즘 초등학교는 큰 재난사고 이후에 생존수영 이라는 필수 과목이 생겼다. 수영을 시켜야 겠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아이들 친구가 등록 한다는 소리에 이학년 여름방학때 부터 아이들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수영장에 등록했다. 좀더 일찍 등록시켜 배웠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유치원 아이들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까지 수영장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이번주말 지인분 가족과 여행이 잡혀 있어서 금요일 수영시간을 월요일로 바꾸었다. 시간에 맞추어 피아노 학원으로 주완이를 데리러 갔다. 주완이와 지완이가 같은 시간에 등록이 힘들었다. 주완이 손을 꼭 잡고 수영장으로 걸어갔다. 학교를 같이 간다든가, 학원을 같이 간다든가,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순간은 마디 마디 코드화 된다.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동영상을 돌리는 것처럼 그 순간 만큼은 느린 시간으로 흘러간다. 늘 이순간만 같아라 힐링이 된다. 스스로 해야 되는것들 즉 이빨닦기, 세수하기, 일어나고 잠자기, 밥먹기,숙제하기등 손이 가야 되는것들에서 오는 아이들과의 실랑이는 방전이 되고서야 끝나게 된다.

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들의 내공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수 없다.

수영모와 수영복을 입은 주완이는 내가 기억하는 주완이 보다 더 길고 커보였다. 수영 선생님의 호르라기에 맞춰 두발과 두손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축구를 싫어 했던터라 수영장을 보내면서도 몇번 하다가 힘들다고 하진 않을까 걱정을 했다. 다행히 혼자 하는 운동엔 싫증을 내지 않고 있다. 제법 실력도 늘어나고 있는듯 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적극적이다. 수영장 물높이에 맞춘 보호자 대기실을 통유리로 만들어 놓은덕에 아이들과 눈맞추고 이야기 하기 좋았다. 주완이는 아빠 눈동자를 찾고 있었다. 어느순간 아빠 눈동자 속으로 주완이가 들어온 순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수영 실력을 보여 주고 싶은건지, 아빠가 보고 있다는게 그냥 좋은건지, 레일을 오고 가며 눈맞춤을 한다. 수영모를 쓰고 물살을 가르는 아이들이 마냥 좋아 보였다. 수영장에 아이들은 내 유년의 어느 한때를 불러 주었다.


까만 정수리가 햇볕에 타들어갈때쯤 우리는 낡은 책가방을 한켵에 쌓아둔채 냇가로 뛰어 들었다. 팬티 한장만 입고 냇가에서 수영하던 동네 꼬마들은 끔지막한 돌위에 누워 쏟아지는 햇볕에 몸을 말렸다. 몸을 담글수만 있다면 모든곳이 수영장 이였다. 아이들은 시간을 몰랐다. 시간이 무엇인지 꼬르륵 울어대는 배 시계로만 시간을 느낄수 있었다.


"아빠 나 수영 하는거 어땠어"

"아빠 이제 물 안먹어"

"아빠 보다 내가 더 잘할걸"


수영을 끝내고 나온 주완이는 동그랗게 눈에 힘을 주고 이야기 한다. 할 이야기가 많은듯 했다.


아이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 오면서 임경선작가의 글이 생각났다. 따뜻한 온기가 손에 잡힐듯 하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정말로 가급적 아이가 가진 운명을 방해 하지 않는것. 그뿐인 것 같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면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제멋대로 추구할 능력을 키울 것이다.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밖에 없다. 아이 인생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아이 이고 부모는 어디까지나 초대받지 않은 조연 난 내 인생 살 테니 넌 네 인생 살아 응? "(엄마와 연애할때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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