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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리액션

by 둥이

인생은 리액션만 잘해도

삶은 때때로 방청객 수준의 리액션을 요구한다.

친한 친구이거나 부부 관계이거나 오래된 연인이거나 한동네 이웃사촌 이거나ᆢ나와 관계를 이루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관계에서는 내편 이라는 절대적 공감대가 무조건 중요하다. 이런 공감대의 느낌은 말이나 표정의 변화나 눈썹 미갼의 움직임과 입술의 떨림으로 전달되어 지고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알게 되는것은 상대방의 강한 공감 즉 리액션이다. 이게 어느정도로 중요한가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어느 라인으로 줄을 서느냐의 문제라든가 적과 아군을 식별하여 관계의 지속성과 관계의 질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중요한 변별자료로 쓰여지게 된다.

특별히 백년회로를 꿈꾸는 부부관계 에서는 이런 절대적인 공감대, 밑도끝도 보지 않는 니편이라는 강한 리액션은 절대고수들에겐 필히 갖추어야 되는 필수덕목 이다.


관계의 본질, 즉 관계라는 단어가 가르키는 방향은 어찌보면 리액션에 대한 리액션의 축적 일테고 주고 받는 감정의 흐름은 관계의 전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리액션만 잘해도 이미 반은 성공한 관계인 것이다. 나머지 반은 진정성으로 메우면 된다.


"저는 누나와 살아요"

"제 아내는 저보다 연상 인데요 매번 아들 대하듯 가르쳐요"

" 직업이 초등 학교 교사라 그런건지 제가 연하라 그런건지 몰라도 늘 리액션이 없다 영혼이 없다 생각하고 말 좀해라 잔소리를 들어요"


성당에서 주최하는 성가정 아버지학교 두번째 시간에 아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순서가 있었다. 사회자는 아내와의 관계를 주제로 몇몇 아빠들에게 질문을 해나가고 있었다.


"다음은 4조에 조경철 프란치스코님 나오셔서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내가 술먹는걸 안좋아해요"

"전 두세병 정도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구요"

"아내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인데요 언제는 교장이 지각했다고 한 소리 들었다고 하네요 "


"자기가 잘못했네 왜 지각은 하고그래"

"뭐라고! 넌 그러니까 안돼 그때는 내편을 들어줘야지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 내 기분이 나아질거 아냐 " "이 분위기에 지적질이 왠 말이야"

"꼭 그 얘기를 지금 해야 되냐고"

"그렇게 리액션을 못하겠냐고"

아내와 나눈 대화를 이야기해주는 아빠의 표정이 웃고 있었다.


사회자는 말을 바꾸어 다시 질문했다.

"아버님 그럼 아내분이 소주 두병 드시고 12시넘어 집에 들어오시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아내분 이야기 잘 들어주며 맞장구 쳐주세요"

"맞장구 쳐주는게 리액션이죠 그게 아내분이 원하는거구요"


"생각하면 쉬운 건데도 잘 안되네요 "


"근데 틀린건 틀린거죠 "

"지가 지각해놓고 왜 교장탓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프란치스코님은 아내가 없는 강연장에서 조금은 뼈대보고 싶었던듯 말이 길어졌다. 아내 등살에 못살겠다가 아닌 그래도 마냥 아내가 누나여서 좋다는 그런 애교가 그의 말속에 행간속에 녹아 있었다.


우린 종종 아니 자주 "강한 공감" "너가 맞어" "니편이야" 이걸 해주지 못하고 뼈대다가 뼈저린 후회를 한다. 그게 중요하고 그게 맞는 방향이란것을 훤히 알면서도 왜 길잃은 양처럼 관계의 길을 잃어 버리는지 ᆢ

세상의 모든 아내들은 참 마음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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