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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 쓰는 편지

사위의 편지

by 둥이

아버님

성당에서 주최하는 아버지학교 첫째 날 이에요 그 덕분에 아이들을 하룻밤 돌봐 주셔서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함으로만 따진다면 헤아릴 수가 없겠죠 주신사랑으로 받은 사랑으로 이렇게 온전히 아이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깐요 아버님 사랑이 만들어 주는 넓은 그늘 아래서 뛰어놀고 있어요


아버님

어제 잠깐 집에 들렀을 때 아버님 어머님을 꼭 껴앉아 드려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나왔어요 아버지 아버지 학교 강사님이 그렇시네요


"마음을 얹어 꼭 안아 드리세요

부모님이든 자식이든 아내든 친구든 누구라도 안아주며 이야기하세요 사랑한다라고요

그럴 때라야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요"


아버님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

손자들 보느라 힘들진 않았나요 큰딸이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낳아 키우는 걸 보며 두 분은 고된 하루를 잊으시고 저희에게 와주셨죠 아내는 두 분의 사랑 덕분에 육아로 힘들었을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아이들과의 틈이 생기다 보니 노산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어요

감사드려요

몇 년 전 농장일을 거두시고 늘 바쁘기만 한 고단했을 삶을 정리하셨죠 삶에 최선을 다하신 아버님과 어머님의 시간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어요 두 분이 걸어오신 고단했을 시간 덕분에 저희는 한결 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의 사랑법은 다르다고 하네요 각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한다고 하네요 아버님이 주신 사랑이 한 움큼의 햇살이 되어 자식들을 자랄 수 있게 해 주셨어요 그 시대를 살아오신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식을 키워내기 위해 당신들 보다 편한 삶을 살기를 바라셨죠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모습이래야 자식들이 그런 삶을 살아가길 바라셨기에 아주 조금은 그러셨을 거구요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그런 앙금을 생각해서였던가 아버님은 식사를 하시면서 자식들과 며느리에게 이야기해 주셨죠 " 미안하다고 " ᆢ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자식들에 마음이 걱정돼서 술기운을 빌려 나누던 그 애틋한 마음이 안쓰러워 아버님을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아버님

아버님은 저희에게 발자국을 남겨 주셨어요 그 발자국 안에는 선명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요 이렇게 살면 된다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살면 된다는 울림이 있어요 삶이 고단하고 힘들어질 때면 그 목소리를 생각해요


아버님 얼굴을 뵐 때면 늙어 가시는 아버님의 얼굴이 안쓰러워 가끔 목이 매 어질 때도 있어요 좀 더 오래오래 저희 곁에 남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자식들이 가지는 생각이겠지요


자식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아버님은 자식들에게 이야기하셨죠 용기 잃지 않고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삶의 지혜를 말씀해 주셨어요 약주를 드시며 저희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며 당신의 말들이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잔잔하게 말씀을 해주셨어요 아마도 그런 세심함은 하느님이 아버님께 주신 선물일 거예요


정직한 땀방울로 땅을 일구어 그 소출로 자식들을 키워 내신 두 분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언어로 써내려 가지 못하는 보석 같은 아름다운 감정이 두 분 마음에 있어요


아버님 어머님의 가족이 되어 아버님 어머님 자식으로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사랑합니다.

두 번째 강의 듣고 다음번에 갈 때는 꼭 안아 드릴게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사랑하는 사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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