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며 단지 안을 산책하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이들은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도 멀리 뒤떨어져 걸어오는 나를 기다렸다 다시 달려 나갔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가며 달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 향기 나는 들꽃처럼 풀 내음 풍겨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걸으며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거닐다 보면 여러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된다
우리들 옆으로 거닐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있었다
벙거지 모자를 챙겨 쓰시고 허리가 꼿꼿하신 멋쟁이 할아버지가 두 손자를 앞세워서 단지 안을 거닐고 계셨다 큰아이가 작은 아이를 살뜰히 쳐다보며 챙기고 있었다 종알종알 대며 누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다섯 살 정도쯤 돼 보이는 누나 아이는 동생을 안아주고 동생이 물어보는 말에 열심히 대답해 주고 있었다
- 누나 저건 모야 저거!!
- 응 그건 비둘기야 새야 구구구
- 누나 저건 모야 저거!!
- 응 의자야 여기 앉아 누나 손잡아
뒤따르시는 할아버지는 말없이 쳐다보시며 동네 산책을 하시는듯했다
남동생은 얼마 걷지 못하고 다리가 아픈다며 업어 달라 보채고 있었다
- 누나 다리 아파 업어줘
- 그래 업혀 어브다!!
옆에 있던 누나는 동생 앞에 등을 보이며 "어부바 " 하며 업으라고 한다 남동생은 살도 제법 오른 통통한 아이였는데 누나가 업고 안기에 벅차 보였다 덥석 등에 올라탄 동생을 휘청거리며 좌우로 왔다 갔다 걷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손녀와 손주를 안으신다
- 할아버지 저 괜찮아요 안 무거워요
- 더 갈 수 있어요
아름다웠다 아이들과 동행한 할아버지의 산책길이 아름다워 보였다
누나의 어부바가 오래도록 동생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동생의 어리광이 오래도록 누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두 손자들과의 산책길이 오래도록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뒤따르며 웃고 계신 할아버지의 동행이 두 남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으리라 커나가면서 오래도록 남매의 기억 속에 할아버지의 동행이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었다
코로나가 시작했던 몇 해 전에 공원에서 뵀던 두 할머니가 생각났다 두 할머니는 눈만 빼꼼히 남긴 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공원 산책길에 나서신 듯했다 멀리서 알아보고 다가서서 두 주먹으로 부딪치시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셨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코로나 잘 견뎌내자며 서로의 어깨와 엉덩이를 쓰다듬으셨다 어색하지 않은 인사법을 챙겨 갖추신 두 할머니의 인사가 두 분의 동행을 아름답게 해 주었다
삶은 어쩌면 이런 아름다운 동행으로 지탱되고 이어지는 게 아닐까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해 주고 깊게 성찰하게 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타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동행하며 그들을 알아가는데서 찾아오는 게 아닐까 아름다운 동행을 먼 데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곳에서부터 만들어 가서 스스로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자 누군가 멀리서 우리의 아름다운 동행을 우연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들 또한 그 동행을 이어나가리라...
모두가 서로에게 치유받는 행복한 세상은 우리의 작은 동행으로 시작되는 것임을 어린 남매를 보며 알게 되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에 박수를 보낸다
- 누나 나 다리 아파 업어줘 - 응 어부바!!!
누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에게 달려가 등을 보여 주자
그의 등을 도닥이며 아름다운 동행으로 그와 교감하자...

2022년 8월 28일 성당 주보 산문 중에서
...... 사람이든 사물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이에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과 마주하는 그 어느 무엇이든 함부로 여길 일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본다는 것은 단지 눈으로만 보는 것만은 아니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성찰과 사유의 시선을 말하는 것이라 여겨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누군가를 그리고 무엇인가를 깊이 바라본다는 것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문을 여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근래 들어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인종과 국적이 다르거나 여러 형태의 어려움에 부딪힌 사람들입니다 또는 국가 폭력이나 사회적 재난으로 인해 심리적 피해를 본 사람들 거리를 떠돌며 어둠의 그림자에 묻힌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과 만나 시작과 끝을 이루는 내내 하는 일은 소소한 대화들입니다 얼굴 표정과 온몸에 빚어내는 몸짓에 오롯이 시선을 몰입하는 시간이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 존엄만 인간으로서의 존재성과 깊이 닿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깊이 바라보는 순간은 한 사람이라는 우주와 깊이 교감하는 순간 이미 순간이 됩니다 보이는 만큼 그 한 사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글 김종진 스테파노 / 사진 지뢰 피해 장애인 지원 센터 <반티에이푸리웁> 2019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