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니까 살지 아버지와 엄마의 궁합
아버지와 엄마의 다름
아버지와 엄마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서로의 같음으로 사시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서로의 다름으로 채워주며 살아 내셨다
어찌 그 오랜 세월을 기대어 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었다
그건 빛과 그늘 아늑함과 서늘함 마름과 젖음 소리솨 적막 흙과 백, 낮과 밤, 부드러움과 단단함 있음과 없음, 소낙비와 보슬비 첫눈과 함박눈 차가움과 뜨거움 배추와 무 대나무와 소나무 차분함과 느긋함 여유와 바쁨 즐거움과 화남 매운 것과 순한 것 여름과 겨울 불과 물 물과 기름 섞이려 들지 않은 사물들이나 섞일 것 같지 않을 감정들처럼 두 분은 가진 것들에서부터 사물을 대하는 눈길과 길을 걷는 속도 지키는 말소리와 웃음소리 밥 먹는 속도도 달랐다 모하나 같은 게 없었다 급하고 잰걸음을 걸으시는 엄마와는 달리 순리데로 천천히 마음 행보 챙겨가며 걸으시는 아버지의 걸음걸이는, 달마다 찾아오는 오일장을 들러 보러 가시는 뒷모습에 조차 달랐다
엄마는 뒷모습조차도 바쁘고 급했다
걸음걸이뿐 이겠는가!!
두 분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밥의 정도 고두밥이냐 된밥이냐 밥알이 살아있냐 지냐 죽처럼 퍼졌냐 밥하나에도 이처럼 좋아하는 종류가 달랐기에 엄마는 늘 군불을 지피거나 곤로로 밥을 안치던 시절에는 물대중과 잔불로 불의 화력을 기인에 가깝게 조정해 가며 아버지의 입맛에 맞는 밥의 점도를 맞추셨다 맵고 짠 음식을 간이 잔뜩 밴 반찬을 좋아하시는 엄마와 순하고 맵지 않은 담백한 반찬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한여름 오이지 한 사발 없이는 끼니를 이후지 못하시는 아버지 오이지를 챙겨만 드릴뿐 잘 안 드시는 엄마 맹맹한 도가니탕을 좋아하시는 엄 마와 담백한 설렁탕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ᆢ 지금이야 밥솥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밥거리들이 있어서 버튼 하나로 당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정들을 하신다
서로의 다름을 찾을 차 치면 같은 것을 찾아보는 게 쉬울 법도 한 것이 모하나 같은 성향이 보이질 않는 이유에서다
바늘구멍에 실을 넣어 꿰맬라치면 잘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급하고 바빴던 터라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왜 이리 안 껴지는 거야 참네 ᆢ
-이리 줘봐
옆반에서 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당신에게 화가 미칠 것을 예방하실 격으로 바늘구멍에 실을 넣어주셨다 ᆢ 한 번에 쑤욱 ~
엄마는 급하고 바빴지만 동네 인심 좋기로 소문이 난 터이라 늘 주변엔 동네 아줌마들로 쌓여 있었고 그분들과 수다 떠시며 한 동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펼쳐 놓고 이야기하셨다
- 경수네야 ᆢ 이번주에 김치 만들 거니까 들려 가져가 열무가 잘 앉았어 시아버지가 따온 걸로 열 집도 나궈 먹을 수 있어 풋내 날 때 먹어야 맛나니까 익어버림 맛없어 ~
풋내 나는 풍성귀들의 먹어야 될 때 들를 정확히 아는 자의 입맛이란 놀랍도록 동일 한가 보다
온 동네 아줌마들의 열무김치는 거의 같은 시기 제철에 맞춰 입속으로 버무려져 들어간다
아버지는 느림의 미학을 아시는 분이시다 엄마처럼 급하고 바쁘지는 않더라도 마냥 느리지만은 않은 터였지만 엄마의 조급함엔 항상 한 발짝 부족함이 있었기에 늘 같은 말의 잔소리가 붙어 다녀었다
-지아버지 빨리 좀 와봐요
-지아버지 빨리 좀 드셔봐요
-지아버지 고추밭에 농약 좀 빨리
줘요 다 죽겠어요 이것점 해봐요 저것도요
대부분 반박자 빠른 엄마의 잔소리는 아버지의 느림의 미학을 완성시켜 주는 어쩌면 꼭 있어야만 되는 화룡점정인 셈이었다 절기로 보나 농사일의 전문성으로 보나 늘 아버지가 해나가시는 것이 그런대로 순리였었지만 늘 상 아버지는 엄마의 바쁜 마음을 받아주셨다 엄마의 바쁜 마음은 아버지의 반반자 느렸을 마음밭을 만난 다음에라야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큰소리가 나는 법 없었고 다 들은 후에는 - "알았어"라고 대답하셨다 엄마의 바쁜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밭에서 내려앉았다 말을 하고 듣고 하는 중에 급했던 마음과 화증이 체 사라져 버릴 때도 많았던 듯하다
그 소리를 들어야 비로써 뭔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긴 세월 엄마에 길들여진 아버지에게 길들여진 서로에게 길들여진 서로의 다음 행보를 아시는 단 하나의 사람이 기기에 가능했었으리라
아버지와 엄마는 큰소리 나는 법이 없으셨다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아버지는 엄마의 바쁜 마음을 늘 받아 주셨고 챙기셨다 아버지의 늘 부지런하기만 했을 그래서 조금은 부족했을 마을 인심은 엄마의 수완으로 채워져 갔다 아버지는 술담배를 안 하셨고 교회일에 열심이셨다 수신으로 치차면 몸건강 마음건강 따를자가 없을 정도였다
동네 아저씨들과 어울리시기보다는 오롯이 땅의 소출과 땀의 정직함을 붙들고 사셨다
두 분의 다름은 더 이상 다름이 아닌 다름이었다
서로의 다름은 서로의 다름으로 다른 다름을 채워주고, 그리고 비워주는 ᆢ
마음밭을 일구는 거름이었다
그 다름이 없었다면 마음밭은 비토가 되었으리라 메마르고 씨가 닿지 못하는 비토가 되었으리라 서로의 다름을 배려하고 존중했을 그래서 더욱 소중한 사람으로 되어갔을 관계였으리라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 세상의 단 하나의 사람 이었으리라
서로의 다름이 서로의 마음밭을 일구고 기름지게 해주는 거름이었으리라 ᆢ서로의 거름이 되어 기름진 마음밭을 만들어 주었으리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밭을 되새겨 보게 된다
다름이 다름을 채워준다
그게 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