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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눈

by 둥이

소의 눈

투명하고 맑은 눈이었다.

까만 눈동자에 파란 하늘이 담겨 있었다. 소의 눈은 사람을 닮았다. 소의 눈은 아이의 눈망울에 닿아있다.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우물물처럼 깊고 까만 눈동자가 청아하다. 순백하고 담백하다.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에 가깝다. 그 안에 거짓이 없다. 보는 이의 티를 깨닫게 해 준다. 엄마의 깊은 눈을 닮아 있다. 모든 감정을 품어내는.. 까만 눈동자를 감싸 안은 흰 눈동자는 밤새 소리 없이 내려 소복이 쌓인 눈 같다. 백옥같이 희디희다. 대보름 둥근달처럼 둥글다. 거짓 없는 순백색의 색을 지니고 까만 눈동자를 감싸 안고 있다. 다가서서 쳐다본다. 소의 눈이 나를 향해 떼구르 굴러온다. 잘 들어 보면 들릴 듯싶다. 거울처럼 내 한 몸 온전이 담아낸다. 내가 소의 눈 속에 존재한다.

눈은 온전히 감정을 품어낸다.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눈은 받아낸다. 감정의 기복이 있는 그대로 동공 안으로 들어온다.

분노는 핏발로 흰 눈동자를 덮는다

. 웃고 있는 눈은 잔잔한 호수 같다. 모든 걸 담아내는 눈은 거짓이 없다. 거짓을 담을 수 없기에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한다. 소의 눈은 거짓이 없어 좋다. 솔직하고 정직하다.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듯하다. 별반 다르지 않음에 정겹다. 아버지를 닮아 게으름을 모른다.

큰 눈망울에 세상을 담아 자기가 아는 시간을 살아간다. 고운 눈망울에 눈 맞추고 말을 건네어본다.

"너의 하루는 어땠니"

내 말을 알아들은 듯 "음메" 답해준다.

아버지는 소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젖을 짜면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소문을 쳐다보았다. 서로 말없이 침묵하며 긴 대화를 하는 듯했다. 소는 멀리서도 아버지를 알아보는 듯했다.

아버지는 소를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순수하고 거짓 없는 정직한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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