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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사장님 이야기

빵가게 풍경 그리고 삶

by 둥이

빵집 사장님 이야기


아파트 앞 상가에 작은 빵집이 하나 있다. 재래시장과 아파트를 끼고 있는 몫이 좋은 자리여서 오고 가며 가끔 빵을 사기도 하고 커피를 사기도 했다. 빵집 통 큰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갓구워 낸 빵냄새가 새하얀 구름처럼 뭉굴 뭉굴 떠다녔다. 언제나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빵들이 진한 향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빵집에 배어있는

고소하고 달콤한 진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밀가루 구워지는 냄새가 좋았다.

젊으신 사장님의 헤어스타일은 언제나 눈길을 끌었다. 유명한 초밥집이나 횟집 사장님 포스로 빵을 굽는 사장님은 단골손님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옆머리는 바리깡으로 깔끔하게 깎여 있었고 뒷머리는 고무줄로 댕강 묶여 있는 헤어스타일은 한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요술을 부렸다. 말이라도 붙여 볼양으로 다가서면 사장님은 먼저 친절하게 빵 나오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유기농 재료에 대해서도, 이 빵에 얼마나 좋은 재료가 들어갔는지에 대해서 학원선생님처럼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쌍둥이 아들과 단지 안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힘이 들면 우리는 자주 빵가게를 갔다. 유기농재료로 만든 빵들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아이들이 많이 컸다며 갈 때마다 말 붙여 주는 사장님이 좋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사장님의 크지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빵가게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가게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일부러 길건너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가게를 안 가고 이곳을 찾을 때도 많았다. 이곳에만 있는 딱히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런 감성이 있다. 형체 없는 것들은 이렇듯 늘 이유 없이 뭉클했다.


이런 빵집이라면 단골도 많고 장사도 잘되겠지 생각을 했다.


어느 날은 동네 소아과 병원에서 빵집 사장님 내외를 본 적이 있었다. 빵집 사모님은 일본분 이였는데 제법 한국말을 잘하였다. 두 돌 된 아이는 엄마 품에서 말똥 말똥 세상구경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언제 낳으셨어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아이가 아파서 왔어요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열이 많이 나서요"


오고 가며 그렇게 인사드렸던 빵집 사장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건 지난주 이사를 하며 들었던 부동산 사장님을 통해서였다.


"요 앞 빵집도 내놨어요 장사가 안되나 봐요."


코로나 삼 년 동안도 잘 버텼는데 불경기 여파로 사장님이 빵가게를 내놨다는 소식에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사람을 본질적으로 각성시키는 것이 있을까.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핸드폰 IT 시장의 소비 둔화로 내가 몸담고 있는 사업분야도 힘든 부침을 겪고 있다. 회사야 힘들수록 줄이고 조여서 버텨 낼 수가 있지만 이렇게 자영업 하시는 많은 사장님들이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일은 언제 들어도 슬퍼지는 게 현실이다.


빵집 사장님이 어디서라도 다시 맛있는 빵을 구을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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