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라고 부르는 사람이 바보
쌍둥이 두 아들은 자주 싸운다.
싸우는 이유라야 하찮고 사소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싸우고 있는 쌍둥이들에게 그 하찮은 일은 하찮은 일을 넘어서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한쪽이 밀리다가도 다시 다른 한쪽이 말머릴 잡고 막무가내로 우기기 시작하면 싸움은 끝이 없는 기싸움으로 번져 나간다.
그 하찮은 일들은 하루에도 자주 일어난다.
어제도 아이들의 하루를 쪼개어 보면 틈나는 대로 싸우다가도 빤스만 입고 침대에 벌렁 누워 빈둥거리기 놀이를 하다가 또 다툼을 하다가 후다닥후다닥 서로를 잡으러 거실과 안방으로 뛰어다닌다. 아이들은 숙제와 독서를 하면서 틈틈이 그렇게 서로를 견제하면서 주시한다.
아이들에겐 하루 끝내야 되는 숙제들이 있다.
그건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완 별도로 엄마가 내주는 숙제 그야말로 진정한 홈워크가 있다. 하루라도 빠지는 날엔 엄마의 레이더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잔소리를 듣게 되다 보니 아이들은 자기 전에 해야 될 것들을 서둘러하는 편이다. 그래도 아이들 인지라 꽤가 나고 하기 싫은 날이 더 많은 법이라 아이들은 졸리다며 내일 하겠다며 엄마와 타협을 하기도 한다.
뭐 이렇게 엄마와 타협하여 슬기로운 가정생활을 꾸려 나간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은 이런 건 가끔 있는 일 일이고 일의 다반사는 자기가 한 숙제보다는 서로가 안 한 숙제를 어떻게 알아내서 "너도 안 했으니 나도 안 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말들로 치고받고 하기 시작한다.
"너 엄마한테 이를 거야"
"너 독서 안 했잖아 그렇게 빨리 읽는 게 어딨 냐" "너 반칙이야 "
"너 영성 읽기 안 적었잖아 6줄 적어야 되는데 "
"엄마한테 이를 거야 "
"엄마한테 이르지 마"
"이를 거야"
"야! 넌 맨날 고자질만 하냐"
"야 이 바보야"
"바보라고 한 사람이 바보야 이 바보야 "
"그러니까 네가 바보지 "
"자기 것만 생각해 다른 사람 거는 생각하지 마" "자기 숙제만 하면 돼"
"바보라는 말 하지 마 나쁜 말이야"
이 정도의 말로 아이들에게 그만하라고 숙제하고 놀라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화를 다스리며 우아하게 책을 읽는 척 눈길을 주지 않고 귀를 막아 보지만, 나의 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야 이 바보들아 "
"너네 자꾸 바보라고 할 거야 형제가 되어가지고 서로 위해 줘야지 맨날 그럴 거냐고 "
안방문을 걸어 잠그고 수도승처럼 수행하던 아내는 이 모든 사태를 귀담아듣고 있었다. 그리곤 지금이 나가야 될 때라는 걸 정확히 판단하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
그 순간 스르르 방문이 열리면서 우아한 백조처럼 거실을 휭 들러보며 한마디를 한다.
"오빠 애들한테 바보가 뭐야"
"바보라고 하면 어떡해 바보라고 한 사람이 바보라고 애들이 말하는 거 못 들었어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엄마 곁으로 우르르 몰려 갔다. 일련의 사태는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고 거실은 고요한 면학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내는 다시 안방문을 열고 혀를 차며 들어갔다.
"쯧쯧 애나 어른이나"
쌍둥이 두 아들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마치 아빠 바보라고 만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