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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잡생각은 잡스럽지 않았다.

성찰과 무의식의 경계에 대해서

by 둥이

그런 잡생각은 잡스럽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느 한순간도 생각의 끝을 놓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의도적인 계획이든, 무의식 적인 생각이든 성찰과 멍 때림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쉴 새 없이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지우고 어느 순간 생각을 놓치며 살아간다. 매 순간 사람에게 득이 되고 영양가 있는 생각들만 하는 그렇게 수도하는 수사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각 그 자체를 통제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통제되지 않은 무의식의 자유 이성은 미지의 나를 찾아다 주고 밟아 보지 않은 영역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고는 한다. 여기 어느 날 칼로 베어내듯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날것으로 끄집어내어 글로 적어 보았다. 그건 글로써 써내려 갈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글이란 것에 갇혀 있지 못하는 형체 없는 것들도 있었다.

그냥 쓸데없는 생각일 수도 있었고 한마디로 잡생각 카테고리에서 못 벗어나는 하드코어와 잔잔한 일상들도 섞여 있었다. 이러저러한 잡생각들 중 몇 가지를 꺼내 보자면 이렇다.



"월례회의가 있는 날 중역회의실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 발코니에 놔둔 아메리카노 커피잔으로 창문을 타고 넘어온 시커먼 독거미 한 마리가 독을 쭉 하고 쏴놓고 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화장실을 나오면서 한 손에 든 아메리카노를 바라보며 했던 적이 있었어 쓸데없는 생각이겠지 쓸모라고는 없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건 커피를 세 잔 째 먹고 있어서 인지도 몰라 그게 나쁘다고 자꾸 생각하나 봐 내 의식이 그렇게 주술 외우듯 속삭이나 봐 "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눈에 익은 어둠이 서서히 뭉둑뭉둑 누룩곰팡이 피오 올라오듯 형체가 되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그건 어제 재래시장에서 잠깐 봤던 떡볶이집 아저씨였다가, 시장 앞에 행상을 풀고 마늘과 상추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였다가, 며칠 전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 우주대탐험에 나오는 70억 광년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상상해 보다가, 이사 오면서 사들인 유칼립투스 화분의 물 주기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하다가, 그러다가 문득 다음 대통령은 좀 더 생각해 보고 찍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고 나면 잠이 스르르 들 때가 있어 정확히 언제쯤 어느 생각을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이런저런 잡생각은 앞에 잡이라는 글자로 인해 도매급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생각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지.."


"어느 날 동해안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날은 네 시간 정도를 운전을 하게 되는데 운전대를 잡고 앞만 보며 운전을 하면서도 드는 잡생각들이 있어 눈을 뜨고 또렷한 의식 속에 찾아오는 생각들은 조금 무게가 다른 것들이지 가볍기도 하고 스르르 날아가기도 하는 몽상과 일상들이.. "


"동해안이 가까워질수록 주행 속도가 좀 빨라 지거든 그때쯤 그런 생각이 들곤 해 "푸른 하늘과 지평선이 맞닿아 있지는 않을까" 저만큼만 가보면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속도를 내보지만 그만큼의 속도로 멀어지는 것만 확인하게 되거든


그때쯤 쉬이익 경적을 울리며 화물차가 앞질러 가면서 현실을 물어다 주지 그리고 뒷자리에서 쌔근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버린 쌍둥이 아들들의 숨소리가 엇박자 리듬으로 들려 오지 "


잡생각은 잡스럽지가 안 다라는 걸

잡생각을 하며 깨닫게 되는데,

그런 잡생각도 생각이란 애니까,

흔히 이야기하는 읽고 쓰고 생각하기의 그 생각인 거지,

성찰과 무의식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선물처럼 툭 하고 어느 날 찾아오는 것 ᆢ그게 뭔지 알아..


그게 카프카가 말한 "일상"이라는 거야

우리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만져 볼 수 있는 삶 그거더라고!


그러니 계속 잡생각을 하자고!

잡생각은 그리 잡스럽지가 않으니까!


어느 날 생각하는 잡생각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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