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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시

읽고 쓰고 생각하기

by 둥이

[만남]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약국에 가면 약사님을 만나고

경찰서에 가면 경찰 아저씨를 만나고

소방서에 가면 소방관 아저씨를 만나고

학교에 가면 선생님을 만나고

성당에 가면 신부님을 만나요

그러나 예수님은 어디에나 계셔서

찾아가지 않아도 어디서도 만날 수 있어요.

항상 제 곁에 계시니깐요.


박동현 천주의 요한 초등학교 4학년


[하느님과의 만남]


우연한 만남

당연한 만남

서서히 그 만남

그 만남은

하느님과의 만남

좋은 만남

운이 좋았던 만남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만남 중에 좋은 만남

하느님과의 만남


홍리나 카타리나 초등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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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사 시간에 신부님은 만남이란 주제로 아이들이 쓴 시를 읽어 주셨다. 글이란 이렇게 묘하다. 이 단순한 글자가 무엇이기에 사람 마음을 한순간에 뭉클하게 하는 것인지, 그 글자 안에 무엇이 있어 눈물이 나는 것인지, 또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인지, 특별하지도 않고 투박하지도 않은 획과 획이 그어진 기호 같은 글적임 안에 어떻게 몇천 년의 시간을 버텨 후학들에 선학의 생각이 전달되고 생각을 옮길 수 있는 생명력이 있는 것인지가 ᆢ 그 신비한 힘을 글은 가지고 있었다. 글이 가진 힘이란 놀라움 그 자체다. 글(책) 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사물이 또 있을까! 하느님의 사랑과 율법과 진실도 결국엔 한민족의 구전의 역사를 누군가가 라틴어로 써 내려갔기에 우리가 온전히 그 혜택을 받고 있지 않을까!


예전엔 말이 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또 이런 순백색의 감동적인 글들을 접할 때마다 난 말보다 글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도구임을 깨달아 가고 있다. 믿고 있는 세계와, 알고 있는 가치관과, 내 안의 나를 떠받치는 정체성은 내가 접한 모든 말과 글로써 형성되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난 지난 선학들의 글과 그리고 수많은 현인들의 글과 삶의 일상이 툭툭 묻어 나는 글과 순백색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 있는 아름다운 글을 읽어 가며 늙어갈 것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죽는 그날까지 다른 장기보다는 시력이 느리게 천천히 늙어가길 바랄 뿐이다.

미사시간에 들은 아이들의 만남이란 시는 나에게 글쓰기의 중요성과 글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주었다.


죽는 그날까지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고 글이 가진 묘한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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