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먹은 주완이가 책상 위에 앉았다.
뒤따라 지완이도 앉았다.
문해력을 위한 초등학교 글쓰기 교재를 펼쳐 놓고 서로 눈치를 보며 써 내려간다.
"아빠"
"수학 언어를 사용해서 글쓰기인데 나눗셈 이란 단어를 넣어서 써야 돼"
"오 그래 좀 어렵겠는걸"
"아냐 쉬워 들어봐 내가 쓴 거"
주완이는 자기가 쓴 거를 읽어주었다.
"사회주의란 나눗셈과 같다"
"열심히 일하든 놀든 나누어야 한다."
듣고 나서 엄지 척을 해주었다.
간결하고 압축적인 좋은 문장인 듯했다. 나눗셈에 대해서 이보다 진보적인 생활 밀착형 글쓰기를 본 적이 없다. 무슨 글을 쓰겠다며 똥폼 잡고 서재에 웅크리고 있는 나에 비하자면 주완이의 글은 스스로 겪어보고 터득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듯했다.
며칠 전 주완이는 공부방에서 배우는 나눗셈이 어려워 가기 싫다며 대성통곡을 했다.
"아빠 공부방 가기 싫어
선생님이 나만 혼내 나눗셈 어렵단 말이야 벌서게 하고 늦게 남아 공부시키고 엉엉엉 "
비록 수학 나눗셈은 풀지 못해 어려워했지만 그 덕분인지 글쓰기 나눗셈은 나무랄 때 없이 쓱쓱 써내려 갔다.
천천히 느리게 주완이는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