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줄기에 여러 개의 꽃잎이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한 송이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으로 피어난 꽃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꽃들이 한줄기에 매달려 있어서 꽃다발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무리 지어 피어있는 보라색 꽃들은 라일락버베나라는 꽃이었습니다.
강원도 용평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지난 주말에 리프트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원색의 꽃들이 군락으로 피어 있었지요.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코스모스도 있었고요 국화꽃과 가운데가 노란 계란꽃이라 불리는 들꽃들도 한 군데 자리 잡고 피어 있었지요. 그런데 그 많은 꽃들 중에 유독 보라색 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들산들 꽃밭 전체가 진한 보랏빛 물결로 일렁였습니다. 가는 발걸음들을 멈춰 세우더군요. 따뜻한 가을바람에 출렁이다가도 이내 수줍은 듯 얌전해져 보랏빛깔 향기를 품어냅니다.
보랏빛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라일락버베나(버들마편초)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보라색 물감으로 뿌려 놓은 듯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산바람에 보라색 향기가 실려 오더군요. 크게 공기를 마셔 보았습니다.
저의 관심이 나쁘지 않은 듯 꽃들도 기분이 좋아 꽃머리를 살랑입니다.
라일락 버베나는 다섯 개의 꽃잎이 나팔꽃처럼 벌어진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은 꽃들이 한줄기에 수십 송이가 쏟아 있습니다. 마치 어느 꽃가게 사장님이 예쁘게 꽃아 둔 꽃다발처럼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지금에서야 보게 됩니다.
라일락버베나는 라일락꽃과 많이 닮았습니다. 작은 꽃잎들이 모여 있는 것도 그렇치만 작은 꽃 하나의 모양이 특히 라일락과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그래서 라일락버베나라고 불리나 봅니다. 그렇게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깐요.
보랏빛의 황홀한 빛깔은 보면 볼수록 빠져 들게 합니다. 수채화보다는 유채화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한 보라빛깔로 자수 놓은 자개손수건을 보는 듯합니다.
라일락버베나의 꽃말은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 지길"입니다.
꽃말도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 하더군요.
저렇게 작은 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제 마음이 봄 흙 부풀듯 뭉개 뭉개 부풀어 오르더군요.
라일락버베나는 나를 도다거리며 위로해 주더군요. 보랏빛 향기로 포옹해 주더군요.
정말 묘합니다. 이상 합니다.
제 기분이 좋아지는 데는 많은 게 필요 없었습니다. 꽃을 보며 생긋 미소 지어준 게 전부였어요. 관심과 관찰이 관계를 맺어 주었어요
라일락버베나를 보고 있자니 꽃말처럼 모든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행복해졌습니다. 일상은 참 얇다는 걸 다시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