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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Oct 14. 2023

첫 복사 서는날 (복사) 服事

성당 미사 복사

첫 복사 서는날 (복사) 服事


쌍둥이 아들이 첫 복사 서는날 이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주완이가 재단 위로 올라가 촛불을 붙였다. 재단이 높아 발레리나처럼 발끝을 올려 간신히 촛불을 붙였다. 주완이가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하고 싶어 했던 복사인지 알기에 마음 한편이 울컥해 왔다. 보는 것 만으로 행복했다.


미사가 시작되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명의 복사가 걸어 들어왔다. 대복사와 소복사로 한 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소복사인 주완이를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 준다. 대복사 옆에서 주완이는 긴장감 일도 없는 표정으로 신부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부님 미사강론이 시작되었다. 재단 위 의자가 높아서 주완이 두발이 의자 위에 둥실 떠있었다. 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앞을 바라보는 어린 복사가 천사처럼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 저 아이에게 복사란 어떤 의미 일까"

" 하느님 지금 이 순간이 소복사 주완이의 첫 복사 섰던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이 아이 전 생애에 하느님이 함께해 주세요."  기도드렸다.


신부님 미사 강론이 끝나고 영성체 예식이 진행될 때 복사는 할 일들이 많아진다. 많은 일을 대복사가 맡아서 하지만 재단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가 일어서야 되는 부분에서  소복사와 대복사가 같이 일어서야 된다. 소복사들이 키가 작아서 무릎을 꿇고 있으면 앞이 안보였다. 주완이도 일어서는 시기를 놓치고 한참 후에 일어섰다.


그걸 지켜보는 우리는 안타깝게 작은 소리로 일어서 주완아 손짓을 했다. 무릎을 꿇고 오래 있다 보면 무릎도 아프고 발이 저려오게 된다. 무릎이 아팠던지 중간중간 엉거주춤하게 자세를 바꿔 주었다. 미사 마지막 성체를 모시는 부분에서 주완이는 보좌신부님 옆에 서있었다. 성체를 나눠주는 신부님 옆에 선 소복사 주완이가 마치 아기천사 같았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복사! 주완이에게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되었되기를 기도드렸다. 두근거리던 나의 마음도 차분해져 갔다.


아이들은 복사에 진심을 가지고 임했다. 미사 강론 때 신부님 양옆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아이들이 서 있는데 이 아이들을 성당에서는 복사라고 부른다. 왜 아이들이 복사를 하겠다고 선택했을까 복사가 되려면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새벽미사와 저녁미사를 참석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한 달 동안 마태복음을 필사해야 된다. 아이들은 한 달간 이어진 복사교육을 진심을 가지고 참석했다. 아이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신부님 옆에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성당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열 달간 진행되는 첫 영성체 기간 동안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신앙적으로 더 성장하였다. 아이들은 성당 안에서 사랑받으며 커나갔다. 성당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였다가 교회였다가 만남의  장소였다가 운동장 이었다가 학교였다가 아이들이 언제나 가고 싶어 하는 하늘나라였다가..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놀 수 있는 성당은 아이들에겐 에덴동산이었다.


작년 시작할 때만 해도 열 달이라는 시간이 언제 끝날지 막막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좋은 걸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생겨났다.  첫 영성체를 받은 아이들은 이후 신앙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해 전례반이나 성가대나 복사단에 가입해서 성당 활동을 깊이 있게 해 나간다. 평소 성당 모든 예식 활동을 따라 하는 주완이는 성가대와 복사단을 동시에 가입했고 지완이도 전례부와 복사단에 가입했다.


하느님

두 아이의 인생을 주관하시고 인도하여 주셔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커나갈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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