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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Sep 20. 2024

아이들의 성장일기

쌍둥이들의 화장실 습관 바꾸기

남지다움의 배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안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란 문구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나 백화점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이다.

이런 문구나 소변기안에 그려진 파리그림들은 남자들이 서서 볼일을 볼 때 낙차로 인해 발생되는 소변흔적들을 줄여 보고자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하지만 아무리 멋있는 문구를 걸어 두거나 파리그림을 그려 넣는다 해도 앉아서 볼일을 보지 않는 한 직립인간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여기저기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아들이 있는 집들은 내가 지금 하는 말들이 무슨 말인지를 알거라 생각한다. 쌍둥이 아들들은 서서 볼일을 보는 게 남자답다며 아내의 성화에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건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켜서 터득한 습관 인지라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어서 왜 집에서는 앉아서 볼일을 봐야 되는지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다 보니 화장실은 아이들의 소변 흔적이 여기저기 얼룩으로 남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아내는 급기야 거실 화장실은 남자만 사용하라며 안방화장실 금지령을 내렸다. 생리현상이 비슷한 쌍둥이들은 아침저녁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랬던 습관이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후 바뀌었는데, 아이들은 이게 미국식 이라며 앉아서 볼일을 보았다. 앉아서 볼일을 보니 소변이 이리저리 튈일이 없어서 냄새가 사라졌다. 아마도 하와이여행을 같이 간 미국 사는 친구 가족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친구의 아내는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교포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의사였다. 쌍둥이들은 재수 씨의 또랑또랑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위엄을 느꼈던지 아 이게 미국식이구나 라는 표정을 지으며 따라 주었다. 하와이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것들은 우리가 잔소리를 안 해도 스스로 바꾸어 나갔다. 그렇게 서서 볼일을 보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앉아서 볼일을 보았다.

덕분에 화장실 금지령은 해제되었다.

거실까지 풍겨났던 화장실 냄새는 사라졌다. 그 자리를 비누냄새와 샴푸향기가 채워 나갔다.


내가 아이들에게 앉아서 볼일을 봐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는데 그 내용은 이랬다. "우선 엄마를 배려해야 된다. 여자들은 앉아서 볼일을 보기 때문에 남자들이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면 냄새도 나고 매우 불편하다. 타인을 위한 배려와 깨끗한 화장실 냄새 안 나는 화장실을 위해 집에서는 앉아서 볼일을 봐야 된다." 뭐 이 정도로 장황하게 설명해주었는데 나의 이런 노력은 아이들의 습관을 조금도 바꾸지'못했다. 한마디로 내 말은 귀에 닿지 않았다.


 "아 이게 미국식이구나"  


화장실 혁명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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