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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Jan 10. 2024

아이들의 성장일기 1

쌍둥이 성장 일기

주완이와 지완이는 쌍둥이 남자 아이다.

같은 날 일분 삼십 초 간격으로 태어났다는 걸 제외하면 둘에게서 비슷한 걸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완이는 학교 가기 전날 밤 책가방을 정리하고 과제물과 읽을 책들을 고르는데 시간을 쓰는 지완이를 보며 어이없어했고 지완이는 학교 가는 날 아침 등교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에 책가방을 챙기는 주완이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지완이는 눈썹 쓰는 방식부터가 다르다. 주완이를 놀려주고 싶을 때나, 장난이 치고 싶을 때면 왼쪽 눈썹을 비스듬히 지겨 올린다.

"너 이거 할 줄 알아"

힘들이지 않고 손가락 까닥하듯 한쪽 눈썹을 움직인다. 주완이도 따라 해 보지만 얼굴 근육 전체가 주름이 잡힌다.


일 분 삼십 초 먼저 태어난 주완이는 가끔 자기가 형이란 걸 지완이에게 알려 주는데 공을 들인다. 지완이 역시 본인이 동생이란 걸 가끔 주완이에게 열심히 설명을 한다.



각자는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형과 동생을 구분 짓지만 그 필요란 거는 편의점 사장님께 컵라면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이나 간식거리로 사 온 감자칩을 누가 많이 먹느냐 하는 것들이다. 자기들한테는 평소에는 관심도 갖지 않던 형과 동생의 구분이 중요한 시점에서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게 어이가 없지만 말이다.


얼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나 빵집이나 마트에서 만나는 사장님들에게 수도 없이 많이 듣는 질문들이 있다.


"쌍둥이 구나 누가 형이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저요라고 이야기 하는 주완이, 대답이 조금이라도 늦다 싶어도 같이 붙어 있으면 조금 더 큰 주완이를 형으로 보고 네가 형이구나 이야기들 한다.


계획적이고 주도 면밀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주완이는 즉흥적이면서도 꽤나 감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서 지완이가 해달라는 것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다. 놀이를 하거나 몸싸움을 할 때도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지완이의 장단을 맞춰준다. 웃음도 많고 장난도 잘 친다. 성당 성가 부르는 것을 좋아해 아침저녁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항상 엄마 아빠의 샤우팅을 유발한다. 많은 경우 조심스러운 모든 것은 주완이가 먼저 하게 되는데 지완이가 먼저 하라고 등을 떠민다. 싫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좋은 듯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전동연필깎이로 연필을 깎을 때도, 노트북을 켜고 해리포터 검색을 할 때도, 참치캔을 따서 먹을 때도, 지완이는 주완이가 먼저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주완이는 쉬는 날 아침이면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다. 감정에 솔직한 편이어서 하고 싶은 게 많다. 주완이가 해야 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늘 상충되다 보니 해야 되는 것들이 늘 뒤로 처져 있다. 반면에 지완이는 대개의 경우 해야 되는 것들을 먼저 한 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경우라 큰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어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 역시 지금까지도 해야 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은 얼마나 이게 힘든 견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하다 보면 감정에 휩쓸릴 때가 다반사이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있을 때의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표정이나 롱패딩을 입고 서있을 때의 자세 같은 걸 볼 때면 우리 부부와 너무 닮아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주완이는 뭐든지 급했다.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고 해야 할 것들을 나중에 그것도 천천히 했다.

지완이는 규칙적이고 해야 할 것들을 먼저 했지만 새로운 것에 낯설어했고 능동적이지 못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짜인 시간 속에서 돋보였지만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문안들을 보고 놀라는 건 주완이의 글이었다.


엄마에게 혼날 때면 앞뒤 서사를 맥락으로 이야기하며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설명하는 지완이의 당돌함을 주완이는 부러워한다.

지완이와 이야기하다가 지완이가 말하는 논리에 완패한 적이 많은 아내는 감정이 앞서는 어른이 못마땅하다.

아마 친구와의 관계에서나 학교에서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완이는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때도 서사와 맥락을 지운채 자기감정에 빠져 소리부터 버럭 지르다가 분을 이기지 못해 울어버린다. 아이처럼 서럽게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 서럽고 억울하다 표현한다. 아마도 병치레 없이 오래 살 팔자인 듯하다. 지완이는 소리 없이 조용히 울다가  상대방이 아는 체를 할 때라야 대놓고 울기 시작한다. 우는 타이밍도 우는 모습도 눈물의 양도 다르다.


"아빠 나도 지완이 처럼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주완이는 지완이가 무얼 잘하는지 무얼 좋아하는지 누구와 친한지 부모보다 잘 알고 있다. 지완이 역시 주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누구와 친한지 알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아는 걸까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다름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식물이 결핍을 알고 자양분을 찾아 잔뿌리를 내리고 볕을 쫓아 가는 것 같아

초록의 식물을 보는 듯하다.

나무와 나무가 간격을 두고 자라듯 쌍둥이들은 서로의 간격을 두고 성장한다.


바랄 게 있다면

삶을 대하는 그들의 시간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각과 주변 모든 것을 대하는 유연성과 살아가며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과 알맞은 거리를 유지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가끔 난

내가 아이들 나이로 태어나

주완 지완이와 친구로 만났다면 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가끔 젊은 아버지의 나이로 태어나 아버지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술 한잔 나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도 그건 내가 아버지만큼 늙어서야 아주 조금 알 수 있었던 감정들일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서로를 밀치며 웃고 장난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성장한다. 몸에 좋은 영양분을 서로에게 떠먹예 주며 나무처럼 울창하게 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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