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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Sep 03. 2024

아이들의 성장 일기 2

쌍둥이 아들 성장 일기 미사 놀이와 병아리 키우기

아이들의 성장 일기




주완이는 머리숱이 풍성한 아내를 닮았다. 지완이는 머리카락이 얇고 숱이 없는 나를 닮았다. 둘 다 웃는 얼굴은 아내를 닮았고 찡그린 얼굴은 나를 닮았다. 생김새 만으로 본다면 주완이는 아내를 닮았고 지완이는 나를 닮았다. 이상한 것은 성격을 보면 그와 반대다. 대책 없이 긍정적이고 계획 없이 게으르고 뭐든지 미리 해두는 법이 없는 주완이와는 다르게 매우 민감하고 자기가 해야 될 것들을 알아서 잘 챙기는 지완이는 암기력도 좋아 학교숙제 학원숙제를 잘해간다.


아내는 자기 외모를 닮은 주완이를 보고 흐뭇해하고 자기 성격을 닮은 지완이를 보며 대견해한다. 나는 나의 외모를 닮은 지완이를 보며 안타까워에 하고 나의 성격을 닮은 주완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지곤 한다. 아이들은 나를 친구 대하듯 편하게 대한다. 아이들은 생활습관이나 학교숙제나 예의범절이나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것과 하고 싶어도 참아야 되는 것들을 아내에게서 배운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 교육을 등한시한다는 건 아니다. 아내와 나른 다른 듯 하지만 같은 지향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인생 전반을 든든하게 바쳐줄 종교관과 타인에 대한 예의범절과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 같은 것들은 같은 목소리로 말해준다. 나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 책을 읽어준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책을 읽어준다. 아내와 나에게서 좋은 것들만 닮아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실상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까지 닮아 간다. 그건 툭 내뱉는 말투라든가, 기분이 안 좋을 때 미간에 잡히는 주름이라든가, 머리통 모양이라든가, 키가 작은 것 이라든가, 급할 때 나타나는 성격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에 우리를 닮은 아이들을 보곤 한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은 서로를 어이없어해 할 때가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십분 일찍 학교를 가는 지완이를 보며 주완이는  "왜 그렇게 빨리 가"  어이없어해 한다.

무엇이든지 미리 해두는 법이 없는 주완이는 뒷머리가 하늘로 뻗친 것을 누르며 일층 현관에서 인터폰을 누른다. 마치 수학 과제물을 안 가져갔을 거라는 아내의 말이 진실임을 일러 주는 것처럼,


주완이는 감성적이고, 지완이는 이성적이다. 주완이는 울음도 많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아 학원숙제는 안 해가도 학원선생님 먹거리는 챙겨간다. 지완이는 감성보다는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집중력과 손기술이 좋아 뚝딱거리며 만들기를 좋아한다.




커가면서도 쌍둥이는 다르게 성장한다. 서로가 쌍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로가 좋아하고 애착 갖는 분야에 대해서 어어 없어해 하며 바라본다.


"왜 너는 그게 좋아"


서로는 서로가 좋아하는 게 왜 그거 인지를 궁금해했다. 때론 서로의 애착 분야를 같이 공유하기도 한다.


주완이는 성당을 좋아한다. 성당에서 하는 미사와 모든 행사에 진심을 다해 참석한다.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니 효율과 능률이 좋아진다. "공부를 저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 아내와 나는 종종 집에서 미사 놀이를 하는 주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집에서 하는 미사놀이라고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노트북을 켜서 미리 강론을 적어간다. 노트북 사용법과 엑셀 파워포인트 문서 작성법도 미사준비를 하며 스스로 배워 나갔다. 미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스스로 터득한 것들이 많다. 그건 성가를 복사해 문서에 넣어두는 거라든가 강론 때 사용할 사진들을 캡처해 붙여두는 거라든가 매 미사강론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미사 순서에서 하나라도 빠지는 게 없다. 거실책상 위에 노란 보자기를 깔아 놓고 성경과 꽃병과 촛대를 올려놓는다.

동그란 쌀과자를 영성체로 나눠준다.

"그리스도의 몸" 초록색 보자기와 분홍색 보자기를 둘러쓴 모습에 조금은 신부님 다뤄진다. 어떻게 찾았는지 찬장에서 금속으로 세공된 잔을 꺼내놓고 포도주스를 따른다.  보고 있으면 나름 경건해진다. 눈동자와 손동작에 주저함이 없다. 숙련된 움직임과 막힘없는 미사진행,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것 들이다.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집에 와서 미사 놀이 하는 게 왜 더 좋은지를 지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나 또한 이해할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다른 영역이다. 누구의 이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좋아서 하는 것들엔 그런 특권이 있다.



"야 넌 왜 그게 좋아 "


미사 드리는 주완이의 시간에 지완이는 일절 관심이 없다. 딴청을 부리거나 가끔 복사를 서 주기도 하지만 방해 놓지만 않으면 도와주는 겪이다.

유일하게 지완이가 관심 두는 거는  노트북을 다루는 주완이의 실력을 보며  나도 가르쳐 달라고 조를 때인데, 지완이는 마우스 작동법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지완이는 읽고 쓰는 능력에 비해 생존능력이 떨어진다.



지완이는 파충류와 곤충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지완이는 어려서부터 손으로 덥석 덥석 가재며 매미며 도마뱀을 잡았다. 산에 가면 손바닥 위에 박새도 불러 모을 줄 안다.

지완이는 요즘 계란부화기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야 너는 그게 왜 좋아 "


서로의 다름을 보며 어어 없어에 하다가도 서로를 인정해 주며 같은 편이 되어주는 쌍둥이는 전략적 동맹관계이다. 엄마한테 꾸중을 들을 때나, 숙제를 안 해 친구집에 놀러 가지 못하게 할 때가 되면 주완이와 지완이의 동맹관계는 그 힘을 발휘한다. 마치 유럽의회의 공동방위단체인 나토를 보는 것 같다. 한 명이 위급하거나 침략을 받게 되면 동맹국을 지원하듯, 열심히 서로를 대변해 준다.


그런 게 아니었다는, 잘할 수 있다는, 한 번만 기회를 달라는, 뭐 이런 종류의 말들을 쉴 새 없이 쫓아다니며 아내의 허락을 받아낸다.



오늘도 주완이는 미사 놀이를 한다며 허둥지둥 숙제를 한다. 미사 때문에 숙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마도 아내한테 혼날 거라는 걸 아는 눈치다. 그래도 미사가 더 좋은가 보다.

오늘도 지완이는 계란부화기를 사달라며 아내를 조른다. 지완이는 나름 얻고 싶은 게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무엇인가를 한다. 영어공부를 한다든가 숙제를 한다든가 기브 앤 테이크 정신에 입각해 내가 이 정도 했으니 사주세요 하며 논리적으로 접근한다. When I get the old라는 청하노래도 며칠을 듣고 단숨에 외워 버렸다. 지완이는 아내 앞에서 When I get the old 노래를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부른다.

지완이는 계란부화기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쌍둥이들을 보며 응원을 보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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