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아빠 생각해 봤는데 기술발달이 너무 빠른 것 같아 더 이상 빠르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주완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엉뚱한 소리를 잘하는 주완이라 앞뒤 맥락을 찾아내야 했다. 그 순간 어제저녁 읽어준 AI 로봇의 미래 책 내용이 생각이 났다. 그래 주완이가 AI로 없어지는 직업들이 많아서 걱정이 되는구나 하는 그런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난 그런 주완이가 대견해 보였다. 좌변기에 앉아 힘주고 있는 주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주완이는 다시 복근에 힘을 주는지 끄응 소리를 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주완이가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한 거라 굳게 믿으면서 물어보았다.
"주완아 근데 왜 기술발달이 빠르면 안 되는 거야 앞으로 더 빨라 질듯 한데"
이 말을 들은 주완이는 마치 큰일이라도 벌어진듯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학원 숙제가 너무 많다던가 좋아하는 성당을 못 가게 됐다던가 그럴 때 짓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주완이의 대답이 궁금했지만 기다려야만 했다. 말하랴 힘쓰랴 두 가지 일은 주완이에게 힘든 일이다. 더 뜸을 들인 후에라야 주완인 이야기 했다.
"아빠 어제 태윤이네 놀러 갔잖아" "태윤이네 집에 닌텐도가 있더라고" "그거 엄청 재밌어 지민이 누나 것 보다 더 좋은 거야 근데 걱정이 되더라고 기술발달이 너무 빠르면 닌텐도가 없어질 거 아냐 분명 엄마는 안 사줄 건데 우리가 중학생 아니 고등학생이 돼야 사줄게 뻔하거든 없어지면 어떡해"
난 주완이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서야 알았다. 주완이에게 닌텐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기술발달이 가져올 미래가 너무 걱정이 된다는 이유에 대해서, 거기에 주완이의 마음이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