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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Sep 22. 2024

아이들의 마음속에  인문학이 있어요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

아이들의 마음



평소 내가 알고 있는 개념들을 전혀 다르게 인식하거나 설명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건 대수롭지 않은 연산법칙 이거나 혹은 천문학의 원리이거나 가끔은 신념과 종교였던 적도 있다. 하나의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는 건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사람은 그럴 수 있다. 그래야만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어쩌면 없는 것 에서 무엇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다르게 생각하는데 있다.




이런 경험은 나쁘지 않다.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는데 그런 생각을 힘 안 들이고 툭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정형화된 개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주 신선한 방향으로 연산법칙을 설명했던 주완이도 그랬고 어제 차 안에서 사춘기에 대해서 이야길 나누던 선유도 그랬다. 아이들의 생각은 반짝였고 자기가 보고 느낀 자기만의 생각이었다. 책에서 보거나, 학교에서 배웠거나, 어른들에게 들은, 너무나 틀에 박혀 사전적 언어로 개념화되어 있지 않은 생각들이다. 그런 생각들을 들을 때마다 난 번쩍 정신이 든다. 배운다는 게, 책을 읽는다는 게, 어른이 된다는 게 다 허무하게 느껴지고 왜 사물과 개념에 묻혀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지 질문하게 된다. 최진석교수가 인간의 무늬에서 이야기했던 개념을 벗어던지라는 말이 이런 것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선유는 내가 알고 있는 개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힘들이지 않고, 아주 시니컬하게 툭 말해주었다.


"선유야 친구들 중에 사춘기 온 애들 있어"

"사춘기요 그게 모예요"


알면서도 물어보는 것인지, 모르니까 물어보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난 목에 힘을 주고 선유와 문답을 이어 나갔다. 사춘기의 사전적 의미부터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사전적 의미와 개념들은 귀에 닿을 수가 없었다.


"응 사춘기는 봄날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라는 거야" " 요즘 초등학생 고학년들은 일찍 사춘기를 겪는 애들도 있다던데 "


뒷자리에 앉은 선유는 질문과 대답 사이에 삼사초 뜸을 들였다. 딱히 어떤 대답을 할까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그냥 말투가 그런 듯했다. 적절한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나와는 많이 달랐다. 어쩌면 난 정답이 없는 질문들에 애써 힘을 쓰고 있는 듯했다.




"응 그건 가족이랑 같이 있을 때 생기는 거잖아요"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그런 거 잘 몰라요"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 거렸다.

고전 몇 권을 읽고 난 후 세포분열 하듯 질문들이 터져 나왔다. 선유의 한마디는 힘이 있었다. 생각의 힘이 먼데 있지 않았다.


사유의 절정, 사유를 사유하지 않는 고수들, 세계에서 사유를 찾는 사람들

그 속에 선유와 아이들이 있었다.




선유는 자기가 생각하는 사춘기에 대해서 말했을 뿐인데, 내가 설명했던 사춘기와는 단어하나 같은 게 없었다. 사전적 의미는 전혀 없는 온전히 자기가 느끼겠을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할 줄 아는 선유의 생각은 그냥 인문학 논문이었다.


난 평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마치 아이들의 마음밭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라도 하듯이..




마태복음 18:2-4: "예수께서 한 어린아이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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