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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Sep 22. 2023

공동육아가 만들어준것들에 대해서

쌍둥이가 자란 어린이집 사년의 이야기

공동육아가 만들어 준 것들에 대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 ,

감나무 마을 공동육아.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준 것들에 대해서 적어 보려 한다.


모든 게 낯설었다.
별칭으로 부르는 관계 설정, 과도한 친절, 끝이 없는 회의, 잦은 모임, 힘든 참여, 빡센 청소,
아이들의 다툼, 도무지 편한 거라곤 찾을 수 없었다.
등원한지 며칠이 안돼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유를 찾아야 했다.
와이프를 설득할... 합리적인 이유를,,, 결코 힘들어서가 아닌, 이치에 맞지 않은 비합리성을
찾아야 했다. 지난 40여 년 어디에서도 겪어 보지 못한 이질성의 문화에 섞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다 모든 것이 불편했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그렇게 사계절을 보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쌍둥이의 표정만큼은 늘 밝고 신나 있었다. 한 번을 가기 싫다고 운 적도 없었고, 늘 일어나기 무섭게, 특히 주말을 보내고 난 월요일 아침이면 친구들 보러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말도 못 하고 표현도 잘 못했지만, 동화되지 못하는 아빠와는 달리, 아이들은 자연처럼 스스로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편해 보였고 밝아 보였다. 감나무가 아니면 그 어디도 안 다녔을 성싶은 만큼,
그렇게 몸의 반쪽만 걸친 체 손님처럼 다녔던 일 년 차의 시간이 지나고 맞이했던 2년 차,
몇 명의 아빠들과 아빠 모임에서 술 한 잔 먹고 아빠 모임에서 결정됐다며 “ 이사장 ” 직함을 건넸다.
"이거 안 받으면 안 되나요?"


" 하셔야 됩니다... 전통입니다?"
" 전통이요 ?"
" 네 그럴 능력과 자질이 보이시는 분에게만 특별히 이사장직을 제안하는 겁니다"
"제가요 ?"
"그리고 쌍둥이라 이사직을 두 번 하셔야 되고 올해가 그 차례니까 안 받는다고 하셔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몇 명의 술 좋아하시는 아빠들의 권유로 시작한 이사장,
돌이켜 보면 “ 운명”이다. 아니 하나님이 도우신 걸까? 그렇게 피해 가고 싶었던.
“거두 실수 있거든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도 했건만,
이사장직으로 지낸 일 년은 모든 걸 바꾸어 놓은 마법과 같은 시간이었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꼈다. 과도한 친절이 불편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그들 보다 더 과도한 친절을 베풀고 있는 그래서 누군가엔가 불편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바로 내가,
긴 회의가 싫지 않았다. 누구의 마음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낳은 따뜻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알며 서로의 향기와 바램에 기댈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감을 느꼈다.


다툼이 싫지가 않았다. 누구의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터전의 의미를, 흙의 의미를, 성장의 의미를 일깨워 감을 느꼈다.
별칭이 싫지가 않았다. 다단계 같았던 뭉툭한 거리감이, 별칭으로 인해 모든 게 가려지고, 별칭으로 인해 직함도, 나이도, 성별도, 모든 게 별칭으로만 남게 돼서 ~ 옆방 엄마의 별칭을 부르며 느끼게 되는 오래된 것들에게서 느끼게 되는 친밀감, 정서 담, 유대감, 전우애를 느꼈다.
아줌마들과 회의 있다면 중요한 약속을 미루는 내가 좋았다. 친한 선배는 이런 나를 심히 걱정하기까지 했다.
잦은 모임 긴 회의가 싫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살펴보고 한 분의 마음이라도 들여다보고 모두에게 좋은 최선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모색하는 우리의 공감능력과 서로에 대한 존중이 좋았다
그렇게 모든 게 좋아졌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던 나의 교육관을 서서히 변하게 만들어준 감나무 공동육아
육아에 대해서 “사유” 하게 한다.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 하게 한다.
더 이상 싫지 않았다.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주류에 휩쓸려 몰려다니는 사유하지 못하는 아이로 커나가기보다는 자연을 통해 “스스로 그러하게” 자아를 알아가고 주의를 배려하며 자기만의 색깔로 성장해갈 수 있게 자양분을 만들어주는 공동육아 시간들... 자연의 본질 데로 성장하게끔 만들어준 공동육아 시간들 ...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준 최고의 선물 일 것이다.
고향이 되었다.
쌍둥이를 길러준 이곳이 .. 살 붙이고 사람 냄새나는 이곳이 눈물 나게 정겨운 이곳이 이젠 고향이 되었다. 언제라도 돌아가 기대고 싶은 나의 고향이 되었다.
수리산 골짜기마다 꽃이 피었다.
수리산 능성이마다 개곡 물이 흐르고, 수리산 마디마다 청설모가 노닌다.
수리산 계곡에 낙엽이 지고 갈색 가을이 온다.
수리산 모든 곳에 흰색 눈이 쌓였다.
이곳에 우리 감나무 마을 공동육아 아이들이 있다.
지난 간 모든 것에 감사한다. 지금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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