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덕후 지완이
아이들과 사슴벌레를 잡으러 갑니다. 아이들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덕후입니다. 작년에는 방과 후 수업 때 받은 달팽이를 일 년 넘게 키웠지요. 기르고 키우는 게 재미있나 봅니다. 물론 대부분의 뒷일은 아빠한테 시키지만 아빠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라 어느새 좋아지더군요.
달팽이의 생존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달팽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지요. 얼마나 먹성이 좋던지 몇 장을 넣어줘도 상추는 뼈대만 남은 체 사라집니다. 하루 한번 청소해 주고 밥 주고 몇 번은 흙을 갈아주어야 하고 습도까지 맞춰 주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붙더군요. 달팽이의 시들해진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사슴벌레를 잡으러 다닙니다. 사슴벌레를 채집해서 먹이를 주고 열심히 키워 냅니다.
이 역시 어느 정도 한 후에는 아빠에게 미루지만 사슴벌레 키우는 게 품은 덜 듭니다. 달팽이에 비하면 좀 더 쉽게 기릅니다. 뭐든 더 힘든 걸 알면 쉽게 느껴지는 법 이니깐요.
아이들이 오르기에 가파르지 않은 앞산은 360 계단을 오르면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작은 공원 주변엔 참나무 도토리나무 떨감나무 밤나무 소나무등 나무들이 울창합니다. 군데군데 쉬어갈 의자들도 많아서 아이들은 곧 잘 쉬어갑니다. 작은 공원에는 베드맨트장과 족구장 그리고 운동기구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운동기구 위에서 어른들 흉내를 내며 뛰어보기도 하고 손이 닿지 않는 철봉에도 매달려 봅니다. 그러다가 지치면 다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잡으러 갑니다.
"아빠 일리와 봐 "
지완이가 사슴벌레를 발견했네요
손으로 덥석 잡습니다. 물리기라도 하면 아플 텐데요. 우선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채집망을 길게 뻗쳐서 잡아냅니다. 지완이의 손길이 닿는 곳에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가 있습니다.
다행히 앞산은 사슴벌레들이 잘 잡힙니다. 우리들의 수고를 덜어 주려는 듯 갈 때마다 몇 마리씩은 잡습니다.
지완이는 가재 잡기도 잘합니다.
수리산 계곡 돌밑에 숨어있는 가재와 도롱뇽 알들과 하늘소 수리산 곤충들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돌아다닌 시간이 많았네요.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빠랑 사슴벌레 잡으러 간 기억이 ᆢ 어느 날 가끔씩은 생각이 나서 그렇게 제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