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들들은 성가대와 전례부에서, 아빠와 엄마는 자부회와 자모회에서, 우리 가족은 그렇게 성당 봉사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부모들로 구성된 자부회와 자모회원 들은 성당 봉사활동에 진심을 다한다. 무엇이든 뒤로 빼는 법이 없다. "젊어서 그런가" 그분들이 가진 열정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래도 참여하다 보면 그분들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 내게로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다.
식물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도 햇볕을 쬐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듯이 사람 역시 좋은 인간관계 속에 섞여 있을 때래야 그 관계가 만들어 주는 사랑을 받을 수가 있다.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은 사람을 살아가게 해주는 묘약이다. 그것만 한 것이 없다. 오늘은 연합미사가 있는 냥이라 쌍둥이와 함께 산책 겸 성당까지 걸어갔다.
아이들은 성경 가방을 메고 제법 먼 거리를 기분 좋게 걸어갔다. 그렇게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채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이게 뭐 그리 좋은 일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뜸 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내게 행복이란 이런 평범하고 사소한 찰나의 시간이라고, 그 한컷의 사진 같은 순간들을 느끼는 것 그 순간 속에 아이들과 걷고 있는 것, 걷는 것 만으로 이미 푸짐한 상을 받은 듯했다.
쌍둥이 아들들은 내 왼손과 오른손을 서로 먼저 잡으러 달려들었다. 초등학교 삼 학년 열 살 남자아이들의 손가락이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내 손바닥 보다 더 커지겠지, 내가 안을 수도 없을 만큼 어깨도 넓어지겠지, 중학생이 돼서도 지금처럼 아빠를 친한 친구 대하듯 대해 줄 수 있을까 "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일 년 후의 모습과 십 년 후의 돼 있을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들이 궁금해진다. 그냥 힘들지 않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 평범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