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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Jan 21. 2024

그게 왜 좋을까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그게 왜 좋을까


새벽 다섯 시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 미사가 있는 날이다. 학교 가는 날이나 휴일에도 아이들은 늦게 일어났지만 복사 서는 날이면 깨우지 않아도 일어났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저렇게 좋아서 할 수 없을 것이다. 졸리지도 않은지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머리를 쓸어 넘기고 물 한 컵을 시원하게 마시고 집을 나선다. 졸린 눈을 비비며 힘들어하는 쪽이 바뀐 듯했다. 주저함이나 서두름 없이 해야만 하는 것을 하는 자기만의 리듬으로 해나가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진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사분의 사박자 정박자의 빠르기로 그렇게 좋아서 하는 것들을 해나간다. 어찌 보면 주완이와 지완이에게 이런 모습은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마치 수영복을 입고 커다란 장화를 신은  마법사라든가 가운데 하얀 사각형 무늬가 새겨진 검은 사제복을 입지 않은 신부님이라든가 장소와 격식에 어울리지 않은 제복을 입었다든가 우리는 가끔 누군가 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나 옷을 입고 있을 때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가끔씩 그런 안 어울리는 조합은 때로는 맞춰 입은 정장처럼 그 사람을 빛내 주기도 한다.  상상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들은 아이들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주완이는 집에서 성가를 부른다. 주변을 배려하지 않은 고성방가에 가까워서 아내와 나는 아이를 자제시키다 화를 내곤 한다. 주완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성가를 부르며 즐거워한다. 손바닥으로 장단을 구르며 드럼 치듯 책상을 두드린다. 진심을 다해 즐겁게 부른다. 흥에 겨워 심취해지다 보면 방언하듯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소풍 가듯이 성당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주말 성당 가는 날 ᆢ

그것도 이주에 한번 돌아오는 밴드미사가 있는 날 주완이는 목청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머리를 정리하며 성가책을 정리한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장인들에게 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비장함이 묻어난다. "오늘은 꼭 성가대 단원으로 뽑혀 마이크 잡고 성가를 부르리라"


아이에게 이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소중함 이란 이렇듯 다르다. 왜 그렇게까지 좋은 건지, 무엇이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의 미소가 마냥 좋기만 하다.

마이크를 잡고 성가대 단원들 사이에 앉아 입술을 쩍쩍 벌리고 노래를 부른다. 서툰 몸짓 이어서 더 감동적인 걸까 아이들의 목소리만으로 만들어져서일까 그도 아니라면 그냥 아이들의 진전성이 느껴져서일까

어른들도 하기 싫어하는 보편기도와 독서를 하는 지완이는 매주 더 차분하고 여유로워져 간다. " 아빠 오늘은 떨리지도 않았어 "

봄 향기 부풀어 오르듯 아이들의 행복이 펄럭이듯 나부낄 때면 덩달아 나까지 행복해진다. 아이들의 행복에 묻어가는 무임승차이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도 있다.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아이들은 좋아서 한다.

좋아서 하는 일들은 이렇게 특별함이 묻어 있다. 거기엔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은 묘한 감정들이 있다. 꽃잎처럼 한들 거리는 아이들의 미소가 향기로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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