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레고 그리고 고스톱

관계에 대해서

by 둥이

오광 들고 고스톱을 치면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일을 하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들이 조직에는 늘 있기 마련이다. 반면에 무엇에 임하는 자세가 그런 열정적인 사람과는 사뭇 다른 그냥 매뉴얼 데로 혹은 하라는 데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마디로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가끔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 열정에 묻혀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렇치만 모든 사람의 성향이 같을 수만은 없기에 이렇게 다양한 다름의 모임은 줄기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건강한 모임이 되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에 오지랖에 묻혀 버려 무엇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살다 보면 우리는 많은 조직에 속해 살아가게 된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단체는 회사와 종교시설 동호회나 취미모임 종친회나 동창회 등 그야말로 본인의 선택에 따라 그 모임은 다양해진다.



워낙 나라는 사람은 낯을 가리는 편이라 어떤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석을 하지 않는다. 그 흔한 동창회도 한 번도 참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비자발적이긴 하지만 모임의 참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당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관계적인 면에서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되다 보니 지금까지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관계로 들어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들이 원해서 달리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가장 큰 이유이지만. 어찌 보면 그런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편치 않은 일도 감당해야 될 때가 많아졌다.


시월은 가을의 절정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즉 살아있는 많은 모임들과 단체들은 이 시기에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꿈틀 거린다.

성당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10월 말이면 본당의 날 콘서트가 있다. 시월말이 아니어도 성당에는 행사들이 많은 편인데,

시월에는 여러 행사들이 많다.


내가 비자발적으로 속해있는 자부회는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아빠들의 모임이다. 속해 있는 아빠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열정이 넘친다. 에너지가 넘쳐 나다 보니 웬만한 봉사활동은 쉽게 뚝딱뚝딱 해나간다. 소심하고 낯가리는 나에게는 편치 않은 모임에는 확실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해서 나가지도 못하고 참석은 하고 있다. 또 한국 사람들이 두 명만 모여도 서로의 나이를 물어보고 조직의 서열정리를 하는지라 원치 않는 큰 형님 소리를 들으며 참석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재미가 없다거나 의미가 없다거나 그렇치는 않기에 나름 모임 자체의 순수한 의미는 충분히 느끼고 있다.

시월 한 달 동안 리코드 연습을 하고 있다. 모든 아빠들은 리코드도 열심이다. 음계 하나 틀리지 않고 서로에게 화음까지 넣어주며 진정 열심들이다. 왠지 처음 두 마디만 불면 손가락이 헷갈려 시늉만 내는 내가 무리 속에 융화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가 하나를 부르는데도 열다섯 명의 아빠들은 모두 이렇게 부르면 어떤가요 여기에 화음이 안 좋은데 길게 가시죠 한 마디씩 의견을 내면서 완성된 곡을 만들어 나간다.

나는 단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그냥 웃으며 두 번째 마디서부터는 리코드 부는 시늉만 들키지 않게 무리 속에 숨어 있었다.

무엇을 하든 진정으로 열심히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성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빠들의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생각한 건 내겐 그런 열정이 없는데 계속 참여한다는 게 모임에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엔 늘 여러 사람이 모여든다.

잘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못하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퇴행되지만 않는다면 즉

옆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참여가 만들어 주는 행복감을 더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더 오랫동안 이런 열정 많은 모임에서 열정 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메이저 리그 샌디에이고 팀은 김하성이 소속되어 있는 팀이다. 선수들 하나하나만 놓고 본다면 우승을 열 번도 넘게 할 수 있는 팀이라고 한다. 한국의 전설 박찬호선수가 기술위원으로 소속되어 있기도 한 이 팀은 선수들 개개인의 야구 센스와 능력 그리고 열정이 넘쳐나다 보니 서로 너무 잘하다 보니 그 에너지가 우승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단체로 중국집 가서 탕수육만 열 그릇 시켜 먹는 것과 피자집에서 오이피클이 없이 먹는 것과 마찬가지 라고 한다.


고스톱을 칠 때 여러 가지 패로 날 수가 있는데 가장 좋은 패를 잡고서는 날 수가 없다고 한다. 즉 오광을 들고 고스톱을 치면 삼 점을 날 수가 없다.


가끔 성당 어떤 일에, 어떤 모임에, 내가 속해 있는 어떤 모임에서, 내가 가진 열정 없음이, 열정 많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플러스극과 마이서극이 잡아당기듯이, 수많은 레고 부품들이 하나로 조립되기 위해서 오목한 부분과 돌출된 부분이 서로 맞나 부서지지 않는 장난감이 되는 것처럼ᆢ


건강한 관계로 튼튼해지고

울창한 숲이 될 수 있도록 ᆢ


나의 열정 없음과 재능 없음이 때론 존재만으로 모든 사람들의 그런 틈사이를 비추는 바람과 햇볕 같은 존재 일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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