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게 사장님

장사수완

by 둥이

버스 정거장 앞에 작은 채소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 앞으로는 그날 내다 팔 채소들이 작은 소쿠리에 담겨 있다. 가게 한편에는 채소 박스들이 쌓여 있다. 부지런한 가게 주인이 이른 새벽 떠온 채소들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빨간색 소쿠리에 담겨있는 상추잎들은 그리 싱싱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 그런 것에 무관심한 듯 상추가 담겨있는 박스를 옆에 두고 주인아주머니는 상추를 다듬고 있다. 긴목대에 붙어있는 상추를 하나하나 뜯어서 빨간 소쿠리에 한 움큼씩 쌓아 놓는다. 그 옆으로는 고추와 가지 무도 한 소쿠리씩 담겨 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들여다 놓는 채소배추와 무가 많아졌다. 노란 속을 감춘 채 소복하게 쌓여 있는 배추단 위로 신문지가 덮여 있다. 김장 속으로 넣는 채소들도 야무지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을향 가득한 미나리와 뼈대가 굵은 대파 그리고 작지만 실속 있는 쪽파와 감자, 고구마도 한소쿠리 담겨 있다. 어쩐 일인지 늙은 호박은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걸 보면 사가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그러데로 내다 놓는 채소들이 오고 가는 손님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게 없는 게 없어서 인지도 모른다.

버스에서 내리는 손님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번쯤 가게 앞 소쿠리를 흝터본다. 정작 사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 정거장 앞 인도까지 내다 놓은 소쿠리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나 보다.


재래시장이 아닌데도 오고 가는 사람들은 채소가게 앞에서 한 번쯤은 멈칫 거리며 가게 안을 훑어본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보면 가게 앞은 늘 사람들로 붐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고 가는 말도 길지 않다. 더 달라 비싸다 깎아달라 이런 말들도 들리지 않는다.


"한 소쿠리 얼마예요 "

"누구 주려고"

"중국인 친구가 좋아해서요"

"그럼 남은 것 다 가져가 "

"싸게 줄게"


고수향을 맡은 걸까 한쪽 구석 시들어가는 고수를 본 젊은 엄마는 가격을 물어본다. 주인아주머니는 박스에 남은 고수까지 검은 봉지에 넣어 건네준다.


털썩 앉을 수 있는 목욕탕 의자에 주저앉아 채소를 다듬는 아주머니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손님들이 물어봐도 애써 판매하려는 서비스 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눈과 손은 채소 다듬기에 분주하다. 어찌 된 일인지 이것도 장사수완일까! 채소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무심한 듯 세심히 손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미 손님에 대한 분석을 끝낸 듯하다.

서두름 없이 여유 있게 프로파일러처럼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만으로, 그 손님이 퇴근길에 빨리 집에 들어가 학원 보낼 아이들의 저녁밥상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의 조급한 발자국 소리인지, 친구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젊은 아가씨의 가뿐 발자국소리인지, 머리가 허옇게 센 할머니의 발자국 소리 만으로 저녁 국거리로 쓸 어떤 채소들을 사러 나왔는지,

아마도 발자국 소리만으로, 목소리 만으로 흥정은 끝난 것 같았다.


손님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그곳엔 쉬 발길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말없이도 무엇이 필요 한지 먼저 알아봐 주는 주인장의 마음은 오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 문을 열고 소쿠리 행상을 내다 놓는 채소 가게 앞으로 오늘도 버스가 멈춰 선다. 버스문이 열리기도 전에 버스 안 소 님들의 왁짝스런 대화가 소쿠리 행상 위로 먼저 와닿는다.


채소가게는 마치 한 폭의 풍경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음부터 그곳에 서 있는 은행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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