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택배기사와 엘리베이터

by 둥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손엔 분리수거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있었다. 난 십 분째 18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 중 한 대는 18층까지 한 층도 빠짐없이 서다 가기를 계속했다. 드디어 18층 띵똥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열렸다.

역시 예상했던 데로 엘리베이터 안은 택배 상자가 가득 실려 있었다. 택배 박스 뒤에서 뒤늦게 젊은 여자분이 내렸다.


"죄송합니다" "

제가 내리겠습니다. 먼저 내려가세요."


층층마다 서는 게 미안했던지 택배기사분은 내리려 했다.


"아니에요 먼저 택배 돌리세요"

"천천히 가도 돼요 "


음식물쓰레기와 종량제쓰레기봉투 거기에 재활용 분리수거까지 양손 가득 들고 점점 힘이 부쳐가는 순간에, 손가락 끝이 저려오고 참았던 화가 조금씩 스멀거리고 올라올 때쯤,

그런 임계점에 다다를 즈음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엘리베이터 안은 마치 터전 삶의 현장처럼 한 젊은 여자 택배기사의 고단한 하루가 가득 실려 있었다.


고작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와 종량제봉투의 무게와 비교될 수 없는 그분들의 삶의 무게가 내게 후욱 덮쳐왔다.


11월 초였는데도 날씨는 더웠다. 택배기사 목덜미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나이는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검은색 캡모자에 검은색 티셔츠 검은색 바지 그 밑으로 밑창이 하얀 검은색단화를 신었다. 택배 배송을 하기에 적합한 복장처럼 보였다. 택배기사는 18층에서 호수를 확인한 후 택배상자를 현관문으로 던지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미안한단 말을 남기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35층까지 층층마다 서고 가기를 반복했다.


순간 작년 기습폭우에 엘리베이터가 보름간 고장 났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 이 주간은 좀처럼 경험해 볼 수 없는 극한 생존싸움이었다. 쌓여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덜먹고 덜 썼다. 택배기사들은 38층 고층까지 택배상자를 지고 날라야만 했고 배달라이너들은 주문한 음식들을 제때 배달하기 위해 씩씩 거리며 계단을 오르내렸다.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들에게 엘리베이터는 배송시간과 노동을 덜어주는 소중한 설비이다.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면 배송문화가 이렇게 선명한 문화트렌드로 바뀌지는 못했을 것이다.


38층까지 올라간 엘리베이터는 이상하게 내려올 때도 꽤 많은 층에서 멈춰 섰다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18층 띵동"


엘리베이터 안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모두 같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 걸까


누구 하나 싫은 표정 짓지 않는다.

다들 젊은 택배기사의 삶의 현장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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