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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람 클래스

안동 사람들 이야기

by 둥이

현관문 앞에 도착한 픽추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아토피 때문에 사계절 고생하는 남편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려 주었다. 촉촉해진 얼굴 위로 따뜻한 두 손을 모아 톡톡톡 예뻐져라 우리 남편 얼굴을 토닥여 주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옷매무새를 잡아주며 어깨 위 묻지도 않을 먼지를 털어 주었다.


선남선녀도 이런 부부는 질투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픽추와 맞추는 부부 관계도 좋고 주변도 잘 챙긴다. 사람 좋고 인심 좋은 사람들이다.


비율로 치자면 강동원도 울고 갈 정동로 작은 머리와 긴팔다리 곧은 허리선과 딱 좋을 보디라인 지방질과 근육으로 다져진 어깨선 솔직히 얼굴은 강동원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우리들 중에 섞여 있자면 단연 군계일학이다.


보헤미안 스타일리시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두부부는 바람꽃향기 흙내음 들꽃향이 피어난다. 빈티지한 청바지와 갈색단화 라운티 보다는 단추가 달린 난방이나 카라가 깃든 셔츠 위에 아무렇지 않게 걸친 청자켓 항상 쓰던 털모자는 오늘은 쓰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멋스럽다.

픽추는 언더밴드 보컬이다. 검은색 긴치마를 겹겹이 겹쳐 입은 아마도 중세시대 여성들이 즐겨 입는 고전 미인에 가까운 픽추는 자유로움으로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가 없는 존재감 갑인 분이시다. 약한 파마머리를 길게 늘어트려 때론 두 갈래로 때론 한 갈래로 어느 날은 왼쪽으로 어느 날은 오른쪽으로 부풀어 오른 풍성한 머릿결이 압도적이다. 누구에게서는 강렬한 눈빛이 누구에게서는 커다란 귓불이 ᆢ그렇게 첫인상에 그 사람을 단정 지어 주는 모습이 있기 마련인데 픽추에게는 허리우드 서부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입은 스타일리시함과 프랑스 귀부인들이 카페에 모여 사교모임을 가질 때 입는듯한 고풍스러움도 모두 소화해 내는 럭셔리함도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중하면서도 신중하며 차가움과 소탈함도 같이 지닌 작은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아는 공감능력을 가진 분이시다.

예술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숨겨진 아름다움 들은 대화와 행동에서 사물을 대하는 자세에서 아주 작은 것들에서 보인다.

사람이 지닌 아름다움은 숨겨질 수 없었다. 들꽃처럼 흔들리며 꽃향기가 피어났고 사람들은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저는 아이들 옷을 예쁘게 입혀 놀러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이들 이 구질구질하게 옷을 입고 있으면 화가 나요 작은 일에도 민감해지고요 "


"제가 안동사람이라 그런가 봐요

안동이 양반들이 많이 살아서 남 눈치를 엄청보고 집 앞 커피숍을 나가도 장롱 안 묵혀둔 원색 정장을 차려입고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 가거든요"


"남편과 어디 가려고 하면 나가기 전 위아래로 스캔을 해요 제 맘에 꼭 들어야 해요 제 하루 기분이 달려 있거든요 남편과 두 아들 맵시 나누 옷 입혀 내보내면 캬 그 기분이란 "


"제가 책에선가 어디서 읽었는데 부모의 간섭의지가 약해질수록 아이의 성장의지가 강해진다고 하네요"


아이들 양육이야기는 어린이집 부모로 만났을때 부터 우리의 주된 관심사 였던지라 대안교육과 방목교육 아이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야기 끝에 역시나 마추의 한마디는 울림이 있었다.


픽추는 안동 엄마를 보러 갈 때 진한 화장을 하고 제일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세상 중요한 자리에 초대받은 인사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반갑고 듣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지고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가게 된다. 안동 엄마를 보러 가는 날에 공주로 변신하는 픽추의 마음은 분명 보랏빛의 라베라꽃밭일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의 옷매무새를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내의 사랑과 그런 아내의 옷매무새와 화장을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사랑은 두 부부가 화사하게 풍겨내는 꽃향기와 부푼 토양의 흙내음을 주변으로 선하게 물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듯하다.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그냥 좋을

따뜻한 겨울 햇볕과

시원한 한 줌의 바람과

밤하늘을 물들인 별빛처럼


안동사람들의 꽃향기가 방안 가득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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