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농사짓는 목수였다.
뚝딱뚝딱 망치질 몇 번에 근사한 물건들이 만들어졌다. 쓱싹쓱싹 나무를 켜고 자르는 톱과 대패 도끼는 아버지의 연장통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무의 먹줄을 입혀 길이를 재는 공구와 여러 모양의 조각칼과 다양한 길이의 못들과 도리깨가 달린 망치들이 들어 있었다. 그 공구통 안에서 창틀과 문짝이 만들어졌다. 무엇이든 필요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했다. 아버지의 손은 거 친일도 가리지 않았고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다. 생각해 봐도 여러 명의 전문가가 모여해야 될 일들을 아버지는 혼자 해냈다. 보일러공 전기공 미장공 타일방수공 목수일까지 집 한 채를 거뜬히 혼자 감당해 냈다.
아버지에게 쓸모없는 나무는 없었다.
어떤 나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서 자리를 찾아 주었다.
옹이 진 것은 깎아내고 거친 곳은 대패질하고 나무의 결대로 방향을 잡아서 구조물에 맞게 끼어 맞추었다.
기둥으로 써야 할 목재와 서까래로 쓸 목재를 구분하여 다르게 사용을 하였다. 하찮은 나무라도 버려지는 것이 없었다. 나무껍질과 톱밥도 버려지지 않고 불쏘시개로 사용하였다.
대청마루에 쓸 나무와 대들보에 쓸 나무들은 모양새부터 달랐다. 그 각자의 다름의 쓰임으로 인해 지붕이 업혀 지고 집 한 채가 완성되어 갔다.
따뜻한 햇볕이 떨어지는 마당 한편에서 아버지는 장작을 패어 토사가 흘러내리는 흙벽 옆으로 성을 쌓듯 포개어 놓았다. 그렇게 장작으로 쌓아 올린 토벽은 훌륭한 마감재가 되었다. 마른 장작으로 둘러싸인 토벽은 그것만으로 따뜻한 온기를 품어 내주었다.
아버지 도끼질 한 번에 쩍쩍 벌어지는 마른나무들은 하얀 살갗을 드러냈다.
나뭇결은 마치 잘 마른 북어를 북북 찢어 놓은 듯했다.
그렇게 어느 한겨울 따뜻한 햇볕이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날에는 아버지의 젊은 도끼질 소리는 온 집안을 따뜻하게 품어 내었다. 아버지는 힘든 농사일을 놓지 않았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일이 세상사는 일의 전부인 듯 일했다. 땅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거둬들이는 일을 사랑했다. 마치 농사일이 세상의 전부인양 땀 흘려 일했다.
삶이 고달파질 때면 난 자주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밟고 간 시간들은 이상하리 만치 묘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방향성에서 만큼은 선명한 지표가 되어주었다. 아직 내 곁엔 구순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있다. 그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더 이상 내겐 의미 있는 위로란 필요치 않다.
아버지는 지금도 성경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