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하셨네요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까만 커피 물이 쪼르르 소리를 내며 종이컵 안을 채워가고 있었다. 잘 마른나무를 태울 때 나는 향긋한 냄새가 올라왔다. 커피는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는 걸 커피를 내릴 때마다 깨닫는다. 내게 커피는 냄새로, 작은 캡슐로 감싼 향료로 더 친숙하다. 커피는 음료가 아닌 향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컵을 들고 탕비실을 나올 때였다. 회사 여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냥 지나쳐도 됐는데도,
" 머리 하셨네요 "
" 깔끔하세요 어디서 머리 하세요 "
" 와이프가 해준 거예요 "
"솜씨가 좋으신데요 "
"샵에서 하신 것 같아요 "
커피 향을 맡는 거보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 지나치지 않는 적당한 말 한마디, 분위기에 알맞은 과하지 않은 인사,
아주 단순한 눈가 웃음,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제스처, 행복이라는 호르몬은 이렇듯 단순하다.
구수한 커피 향기, 나만의 변화를 알아봐 주는 작은 관심, 그건 행복을 부르는 완벽한 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