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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May 28. 2024

입안 가득 앵두 향이

골목길에서  

앵두나무


담장 밑 햇볕 잘 드는 곳에 두어 고랑 얕은 텃밭이 있다. 그 좁은 땅 위에 고추와 가지 감자와 적상추가 자라고 있다. 산책 길에 보게 되는 푸성귀들이 어찌나 싱싱해 보이던지 오늘 저녁 시장에 들러 사야지 하며 먹을 생각부터 한다. 주택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담장 밑 좁은 땅들을 일구어 다양한 채소들이 심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담장 밑이 아니라면 플라스틱 상자나 둥근 페인트 통에 흙을 담아 고추와 오이 가지 상추들을 심어 놓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도 나란히 줄지어 자라고 있는 초록 채소들을 볼 때면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이나마 바라보게 된다.

또 어떤 집들은 탐스럽게 달린 붉은 장미꽃들이 넝쿨로 담을 넘어 무리 지어  피어있다.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

 라며 쏟아지는 햇볕을 붉은 양탄자로 받아 내는 듯하다. 장미꽃 주변을 윙윙 거리듼 꿀벌들이 꽃 속으로 들어간다.

꿀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장미넝쿨 옆길로 발을 돌렸을 때 낮은 담장 너머로 앵두나무 가지가 보였다.  앵두나무 가지에는 빨간 색으로 익어가는 앵두들이 촘촘하게 달려 있었다.


"어쩜 색이 저리 예쁠까 "


앵두나무 가지들마다 색의 향연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연한 핑크빛을 한 앵두도 있었고 따가운 햇살에 진붉은섁으로 익어가는 앵두도 있었다. 한 가지에 붙어 있는 앵두들을 세어 보았다. 백까지 세다가 모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웠던 건 가지 하나에 다닥다닥 탐스럽게 열려 있는 앵두들 이였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하얀 앵두꽃이 피어있었 것만 어느새 이렇게 많은 앵두가 열렸는지 신비할 뿐이다.

키만 한 하얀 담장을 넘어온 몇 가닥의 앵두나무 가지는 오고 가는 행인들에게 붉게 익은 앵두를 선물해 준다.


한 손바닥 가득 채울 만큼 두둑이 입에 넣고 오물 오물 하다 보면 하얀 씨만 남게 된다. 이때 너무 급하게 먹다 보면 씨까지 삼키게 된다.


향긋한 앵두향이 입안에 남았다.


순간 탱자나무로 둥글게 이어져 있던 옆집 할아버지네 가시 담장이 생각이 났다. 그 가시 담당 사이로 앵두가 가득 달린 가지가 넘어왔다. 길게 뻗은 손등과 팔뚝 위로 탱자나무 가시들이 생채기를 내고 있었지만 어린 나는 도토리를 가득 물고 있는 다람쥐처럼 입안 가득 앵두를 집어넣었다.


그 달콤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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