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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Jun 01. 2024

반전이란 이런 것

단골식당 손님 이야기

반전이란 이런 것일까!


자주 가는 단골집이 있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길목이 아니어서 찾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그런 숨은 맛집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메뉴도 그냥 심심한 칼국수 두 종류와 된장찌개 비빔국수 꼬마김밥과 라면 정도다. 이 몇 개 안 되는 메뉴를 하루하루 번갈아 가며 골라 먹는다. 그렇다 보니 칼국수집에서 끼니때만 되면 자주 보게 되는 낯익은 얼굴들을 보게 된다. 원래는 통성명도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식당에서 자주 보게 되다 보니 의례 물어보지 않아도 직종에 대한 것쯤은 짐작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목에 걸려 있는 사원증 이라든가 베이지색 투피스 정장을 입은 중년의 여성들 이라든가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검색을 하면서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마트직원들 이라든가 한두 번 못 보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마주치는 얼굴들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들은 그날도 난 김이사와 같이 이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다가 매번 가게 되는 단골집이었던 골목 칼국수 집엘 가게 되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날은 몇 개의 테이블이 비어 있었고 가게 안은 한산해 보였다. 이런 날도 있나 싶었다. 비빔국수 두 개와 꼬마김밥을 시켜 놓고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분과 가게 사장님의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부러 귀를 쫑긋 세우고 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김이사가 전화를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가다 보니 순식간에 혼자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있게 되었다.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해본 답 시고 들려오는 이야기를 못 들은 척해가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대화는 귀에 쏙쏙 와닿았다.


"사장님 이 앞에 집 옥상에 항아리들이 보이네요 저기 빈집 아닌가요 창고 같은데요 "


골목식당 앞으로는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었고 길을 맞닿아 반대편에는  허연 시멘트 가루가 툭툭 떨어지는 낡은 외벽으로 덧칠해 놓은 남루한 건물이 한채 있었다. 나 역시 오고 가며 그 건물은 필시 작은 창고나 쓰레기들을 모아 두는 건물로 생각하곤 했었다. 그만큼 건물 여기저기가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않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길밖으로 보이는 두 개의 큰 창문은 좌에서 우로 길게 금이 가 있었고 그 위로 누런 테이프로 눌러 붙여 놓아 더 흉측스럽게 보였다. 그 창문 안으로는 비스듬히 쌓아둔 허연 기둥처럼 보이는 짐짝들이 보였다. 그 집 옆으로도 작은 창고가 하나 닿아 있었는데 이 집의 상태는 더 허름해 보였다. 두 집의 간격은 이삼 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옛날 한옥집의 구조 정도로 치자면 안방과 문간방 정도의 거리였다. 그 집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허연 쓰레트 지붕을 앟고 있었다. 아이 머리통 만한 검붉게 녹이 슨 자물쇠통이 뻘건 쇠가루가 묻어 나는 철재 대문 중간에 고정되어 잠겨 있었다. 그 위로 언제 적에 써 둔 낙서 인지 모를 글자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냥 보고 가는 골목길의 풍경들이다.


"그 집 사람 살아요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 이에요

역 앞에 빌딩 몇 채에 건물까지 있다네요 "


" 그 허름한 건물이 옛날에 기름 저장 창고였어요"


"그분들이 저 건물에 살고 있어요"

"가끔 와서 식사도 하시는 단골 이에요"


단골이라는 말끝에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낯익은 얼굴들 중에, 그분들 중에 어느 한분은 건물주였다니, 반전이었다.

누구일까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식당을  드나드는 한분 한 분을 떠올리며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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