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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이 Aug 24. 2024

S의 능력

어느 회사 여사장 이야기

S의 능력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라는 느낌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던, 어쩌면 그런 건 그녀만의 능력이다.


길지 않은 제법 잘 어울리는 단발머리,

화장기는 거의 없고 요란한 액세서리도  하지 않았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인지 첫눈에 예쁘다는 인상을 받는다. 체구가 작은 편인 비해 키는 작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 키보다 커 보인다.

팔다리가 길어서 균형을 잘 잡아준다. 가끔 미간에  암호 같은 주름이 잡힌다. 겉으로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 나이대로 보이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스스로에게 나름의 자신이 있는 듯하다. 옷차림은 무난하면서도 꽤 멋스럽다. 가끔 원색톤을 입을 때도 있지만 돋보이려 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소재의 니트나 베이지색 캐시미어 카디건을 걸칠 때도 있다. 아마 젊어서는 이목을 끄는 여성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을 입어도 스타일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스스로 없는 듯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필요하다 판단이 될 때는 어느새 무대 위에 서있다. 그런 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오랜 습관이 만들어 낸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보인다.


그녀의 이름은 S 다.

S는 고객사 사장이다. 대기업에 일차밴더 사장, 대부분 남자들이 많은 업종에서, 처음 명함을 주고받을 땐 그냥 직함뿐인 사장이겠지 했다.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S의 외모만 본다면 이런 업종에 일하는 게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S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직함뿐인 사장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았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직원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때론 욕도 서슴없이 한다. 이상한 건 분명 욕인데도 듣는 상대방은 기분이 좋다. 마치 욕을 좀 더 해달라는 듯한 표정이다.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에 거침이 없지만 세심한 배려가 있다. 그건 오직 상대방만 느낀다. 그래야 내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일은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 낸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나에겐 힘들일 이라도  S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 된다. 자기 힘을 들여 땅을 파거나 기계를 돌려 빵을 굽는 일과는 쓰는 힘이 다르다. 아마도 그건 각각의 운동선수가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지도 모른다. 수영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이 지구력과 심호흡이 길어지듯이,


S는 가진 힘을 잘 구분하여 사용한다.

S에 능력은 아주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는다. 회의를 할 때도 그렇다.

초식 동물처럼 넓은 시야, 오버하지 않는 스킨십, 몸에 배어있는 여유,  언제였는지 모르게 스스로 풍경이 되어가는, S의 동선에선 편안함이 묻어난다.


언제가 불량이 난적이 있다. 최종 고객사는 A사, 핸드폰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소재 여서 난 S의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그날 오후  S의 회사 미팅실은 사람들로 붐볐다. 관계 부서 팀장들은 S에게 보고 했다. S는 중간에 말을 끊지 않았다. S는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적어도 납품업체였던 나에게 실마리를 주었다. 그날 오후 중역 회의실 안에서 보여준, 아니 내가 보았던, 더 솔직히는 S의 의도 데로 나만 느낄 수 있었던,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꾹 눌러주며 마치 나만 믿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건 착각 일수도 있다. 그건 S가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바뀌는 거는 없다. 그날 오후의 내가 받은 편안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 사건 이후 거래는 끊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S는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아마 S의 기억 속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언젠가 다시 올지도 모를 S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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