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의 인생이 어떤 사람을 만난 이후로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좋은 일들만 생기는지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 해봐도 알수 없지만,
어느 날 나에게 우연히 찾아온 행복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그건 우연히 찾아온 행복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은 그렇게 소리 없이 찾아온다. 어느 날 만난 사람이 앞으로의 인생을 바꿔줄 사람 이었다는 건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
그건 실제로 나에 생활이 어느 시점을 전후로 해서 벌이가 좋아졌다던가, 직책이 올라갔다던가, 하는 일이 혹은 벌려 놓은 일들이 잘 되었을 때 드는 생각이다. 어찌 말하면 갔다 붙이는 요행 일수도 있지만 사람 인생은 운기칠삼이라는 말은 그냥 말로써 끝나지는 않는다.
아마도 우리 일상에 803번 시내버스가 3분 후에 정확히 정류장에 도착하는 것처럼, 어떤 운명은 피해 가는 법 없이, 우회하는 법 없이, 정면으로 다가온다. 마치 혜성처럼 우뚝 떨어진다.
그 당시 나는 작은 회사의 한 사업부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고 임원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맡은 사업부는 중국 비즈니스 덕분에 오더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중국 출장이 많아졌고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지내던 때였다. 사람에겐 그런 때가 있다. 어느 한때 식물과 나무처럼, 자기가 자라는 지도 모른 체 지나가는 때가 있다. 그 시절 난 성장하고 있었다. 많은 업무량과 지나친 해외출장과 조직과 사람에 지쳐갔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었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 난 알아갔다. 투자와 자금과 사업에 대해서, 그리고 분명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의 본질과 관계에 대해서,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협력업체 사장님 이였다. 친분이 그렇게 두텁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업무적으로 자주 만나본 적도 없다. 웬만한 실무를 사장과 협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끔 실무자들이 공무원처럼 일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그러니까 어려운 결정을 해야 된다던가 책임을 져야 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업무속도가 느려졌는데, 그때 몇 번 사장님께 전화드린 적은 있었다. 물론 정상적이라 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전화 한 통화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그 전화로 나란 사람을 어느 정도는 판단했을 것이다. 사람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자기가 가진 색을 보여준다. 그건 일부러 감추거나 혹은 과장하거나 없는 것을 만들어 내거나 할 수 없다. 그냥 자기가 보이는 것이다. 어느 순간 위기의 시간이거나, 누군가는 결정을 해야 된다거나, 방향성을 모으고 중론을 모야야 하는 시간에는 숨겨진 자기의 색깔이 비쳐 나온다. 비 온 뒤 먹구름을 뚫고 환하게 비치는 무지개처럼, 지금도 그렇고 과거의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분은 나에게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투자금을 보내줬다. 아무런 예고도 아무런 당부도 없었다. 그렇다고 적은 금액도 아니었다. 꽤나 큰 금액이었다.
"요즘 모해 "
"사업 한번 해봐 "
긴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니다. 서류가 오간 것도 아니다. 그때 난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투자를 받기 위해 밴쳐캐피털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만 열 번을 넘게 했다. 그때 심사관들이 던지는 질문은 비슷했다. "그렇게 좋은 아이템인데 왜 자기 자본을 투자하지 않느냐"
투자설명회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에 비하면 그래 이 정도면 됐어 난 나 자신을 그렇게 다독여야 했다.
그렇게 원하던 게 어느 날 갑자기, 벼락 치듯 다가왔다.
우연한 기회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어쩌면 우연은 삶의 길목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 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쏘아 올린 화살의 궤도 일수도 있다.
아마도 산다는 건 인생 길목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런 우연을 만나는 일이다. 그건 행복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다. 우연은 알 수가 없다.
난 가끔 카프카의 말을 생각한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지루하기만 하고 평범하고 별다를 게 없는 어제 같은 오늘이지만, 그런 게 일상이지만, 우리에겐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우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