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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완이의 성당 사랑

주완이의 하루

by 둥이

주완이는 성당을 좋아한다.


성당을 좋아하다 보니 성가도 좋아한다.

매주 성가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성가를 부른다.

그런 것들 중에 하이라이트는 미사집전이다. 거실에 있는 책상 위에 과일 상자를 싸맸던 알록달록한 보자기를 씌우는 일에서 시작된 미사는, 촛대와 촛불, 미사에 필요한 전례예식들을 빠짐없이 준비해 나간다.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집중력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저런 집중력을 공부할 때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것도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긴다. 거실 한쪽엔 성당 제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 정도면 이 아이 머릿속 팔 할은 성당과 미사가 들어있는 것과 같다. 나머지 이 할은 우선순위에 따라 바뀌겠지만 먹는 것과 학원숙제, 엄마의 잔소리, 아빠와 놀기, 유튜브보기 등이 있지 않을까!


나는 주완이의 미래 모습이 너무 많이 궁금하다. 단지 그뿐이다.

이번 주 미사 때 주완이가 연습하는 성가 중에 가사가 너무 좋은 성가가 있어서 필사해 본다.


<소 원 >


삶의 작은 일에도 그 맘을 알기 원하네

길 그 좁은 길로 가길 원해

나의 작음을 알고 그분의 크심을 알며

소망 그 깊은 길로 가길 원하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삶의 한절이라도 그분을 닮기 원하네

사랑 그 높은 길로 가길 원하네


사랑 그 좁은 길로 가길 원하네

그 깊은 길로 가길 원하네

그 높은 길로 가길 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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