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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성경책

아버지 이야기

by 둥이

아버지의 성경책


아버지는 올해 여든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명절 때면 가족들은 아버지집으로 모입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아버지는 성경책을 읽습니다.


돋보기나 안경을 쓰지 않고 그 작은 글씨를 한 번에 읽어 내려갑니다. 아버지는 해마다 다른 성경 구절을 읽습니다.


아버지의 성경책은 표지가 낡고 헤어져 닳았습니다. 손때가 묻은 오래된 장롱 손잡이처럼 책장을 넘기는 한 귀퉁이의 섬유질은 손때가 묻어 반짝거립니다.


오래된 고서처럼 한 장 한 장엔 빨간색 볼펜의 흔적과 파란색 볼펜 자국과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마치 입시시험을 공부하는 고삼 수험생의 교과서처럼 밤낮으로 읽고 지나간 시간들이 성경책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성경책을 볼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어떤 친구는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그 친구 아버지가 막걸리를 너무 좋아해서 언제나 취해 있었습니다. 또 어떤 친구는 도라지 담배를 피울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그 친구 아버지는 언제나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물건에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베어 듭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던 물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기억 속에 아버지는 푸른 새벽에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서당에서 한문을 읽듯 흐트러짐 없이 성경책을 읽고 있습니다. 어린 저의 눈에는 아직도 그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성경책을 읽어야 된다며 제 눈을 바라봅니다. 그 안에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있다고 말해 줍니다.


해가 더할 때마다 저는 버킷리스트로 성경책 읽기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한 번을 제대로 읽지를 못합니다. 다른 책들은 그렇게 많이 읽으면서도 성경책을 몇 번씩 읽는 습관을 들이지는 못합니다. 왜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는 성경책을 사랑합니다. 매일 아침 해보다 먼저 일어나 푸른 새벽을 맞이하며 성경책을 읽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닮아가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단순했습니다. 아버지의 대부분의 시간은 성경책 속에서 보냅니다. 남은 시간으로 잠을 자고 일을 합니다.


아버지는 성경책을 읽다가 잠을 자고

성경책을 읽다가 식사를 합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성경책을 곁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는 습관을 가지라고 합니다. 돈은 필요한 만큼 벌일 거라고 합니다. 모든 얽매인 삶에서 자유로워 질거라 합니다. 행복이 거기에 있다고 합니다.


"아들아 성경책을 읽어라. 그럼 신이 너의 마음에 들어온다. 오늘이 불안하지 않다. 모든 것이 행복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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