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습관 같지 않은 이상한 습관들

일상 속 작은 습관들 이야기

by 둥이

습관 같지 않은 이상한 습관들


나도 모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의식하지 못한 채, 이미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통제가 안 되는 것들이어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건들 중에 하나를 고르자면 이상하게 들릴 줄 모르겠지만 오른쪽 귀에 묻은 비누거품이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오른쪽 귀에 묻은 비누거품을 남겨두고 세수를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항상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고 나서 거울을 보았을 때 거의 항상 오른쪽 귀에 묻어있는 비누거품을 보게 되다 보니 신경을 쓰고 한 번 더 오른쪽 귀를 닦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도 그런 일이 많아서 팔에 길이가 혹시 다르기라도 한 건가 걱정이 돼서 오른쪽과 왼쪽의 팔길이를 맞대고 재보기도 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꼼꼼히 잘 닦으면 되는 일을, 자기 오른팔의 문제라도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늘 오른팔을 탓하고, 오른쪽 손가락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 거야 생각을 하다니, 오른쪽 팔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어제도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후 거울을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얀 비누거품이, 마치 장독대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처럼, 귓불 위에 업혀 있었다. 귓불 위에 묻은 하얀 비누거품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에 묻어 오른쪽 볼살을 타고 하얀 자국을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몇 번을 닦았는데도 이모양이람 "


그건 마치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우연히 그것을 보기라도 한 사람처럼,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거울 속에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 습관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습관축에도 못 끼는 그냥 위생상의 불결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적잖이 자주 발생하는 문제라 언제가부터는 아예 귀불을 물에 담가 헹구고 나왔다.


이런 사소한 습관들은 나만 알고 있는 습관들이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도 알고 있는 혹은 가까운 사람들만 알게 되는 나의 습관들도 많이 있다. 그런 습관들은 마치 내 이름처럼 혹은 블라인딩 테스트처럼,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되어, 그 사람이 그 사람임을 알게 해 주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뭐 그런 것들은 수도 없이 많아서 어떤 사람의 숨겨지지 않는 뒷모습 이라든가, 독특한 걸음걸이라든가, 식사를 할 때 나는 소리라든가, 국을 먹을지 찌개를 먹을지 고민하다가 항상 국을 먹는 사람이거나, 그 많은 국수종류 중에 항상 비빔국수만 먹는 사람이거나, 맛있는 것을 제일 늦게 먹는 사람이거나 반대로 맛있는 것을 제일 먼저 먹는 사람이거나 오른쪽발과 왼쪽발의 디딤 속도와 그가 신은 신발이 지면을 디뎠을 때 나는 소리는 은근히 그 사람 고유의 것인 경우가 많아서, 한밤중 어두운 골목을 걷더라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만으로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나잇대와 성별정도는 느껴질 수 있다.


뭐 이런 것들보다도 나에겐 남들과 조금은 다른 그러니까 남들과 나를 구별하게 해주는 묘한 습관이 하나 있다. 그건 이빨을 닦을 때 나온다. 나는 치아 모양이 별로 예쁜 편이 아니다. 앞니 두 개 위주로 U 자 모양으로 가지런히 이쁘게 돋아나와야 할 치아가 웬일이지 자기들 맘대로 불쑥불쑥 튀어나와 조금은 하관이 튀어나와 보인다. 송곳니도 너무 튀어나와 있어서 난 이빨을 닦을 때마다 이렇게 못생긴 이빨도 있구나 하며 내 치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아내에게 말해봤자 다 늙어서 그냥 살라며 들은 체도 안 하지만, 난 이 치아의 모양을 조금이라도 자리 잡아 보려고 일련의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 노력의 일환들이 나도 모르는 습관이 되었다. 입술을 오므리거나, 혀로 치아를 밖에서 안으로 쓸어내리거나, 주둥이를 새처럼 뾰족하게 모으고 좌우로 돌려보거나, 이런 묘한 동작을 계속하고 있는 걸 누군가 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러지 말고 칫솔질을 다시 하고 오라고 핀잔을 줄 때도 있었다. 칫솔질도 남들처럼 위에서 아래로 규칙적으로 하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몇 번씩 하다가 아래 어금니는 가로로 왔다 갔다 닦다가 마지막으로는 앞니를 여러 번 안으로 밀면서 닦는다. 비록 별 영향은 받지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치아가 안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런 것들 중에는 내가 생각해도 제일 나쁜 버릇이 있는데 손톱 물어뜯기가 있다. 난 손톱이 매우 짧은 편이다. 조금이라도 길면 이빨로 잘근잘근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이건 정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몸에 베인 습관이라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정확히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인가 "아! 내가 손톱을 물어뜯는구나 하고 옆친구가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 역시 "아! 내가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그런 습관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오래전에 생긴 습관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런 습관은 뇌과학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오랜 세월을, 마음먹고 그런 습관을 유지한다는 건 사람의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게 습관이 가진 무서운 힘이다.


벤자민프랭클린은 후세에게 전하는 성공하는 좋은 습관 열세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열세 가지는 절제, 침묵, 규율, 결단, 절약, 정직, 근면,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이다. 뭐 너무 이상적인 말이겠지만, 그런 좋은 습관들이야 자기 절제와 자기 통제 시간을 잘 쓰는 것과 인내와 겸손과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힘과 탐욕과 거짓을 버리는 것 식욕을 줄이는 것과 침묵으로 말을 적게 하는 것과 이런 모든 좋은 습관들이 나의 습관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습관까지는 아니지만 취미로는 글쓰기와 책 읽기가 어느 정도 나의 산만한 정신줄을 잡아주고는 있지만,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이런저런 습관들을 조금씩을 바꿔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를테면 눈에 띄는 것들부터 인데, 식탐을 줄이는 것과 잠을 줄이는 것,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의 습관만 바꾼다 해도 난 지금의 나보다 훨씬 건강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