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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에너지 충전기

일상에 작은 습관들 고쳐주기

by 둥이


현관문 도어록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아이들은 책가방과 실내화 주머니를 둘러매고 엄마를 부른다. 먼저 집에 엄마가 있는지를 확인을 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의 시간은 잘 짜인 연차계획처럼 돌아간다. 시간 맞춰 가야 되는 학원과 하루 배당된 과제들로 해야 할 것들이 초침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제법 큰 혼란 없이 잘 따라와 준다. 아이들은 우선 화장실로 들어가 손을 씻는다. 이 손 씻기에서부터 늦장을 부리는 주완이는 늘 지완이보다 느리다. 이것을 느리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것은 게으른 것에 속해있는 거여서 언제나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화를 불러오게 한다. 중요한 건 본인이 그런 것에 연연에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사람 성격이 뒤끝 없는 게 좋은 성격이라고 하지만, 혼이 날 때나, 서럽게 울고 나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리셋되는 주완이의 능력은, 게으른 단점들을 보완해 주는 충전제 이기도 했다.


게으름이라는 분야에 주완이는 놀라운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다.

학교 갈 때는 항상 늦게 일어나고, 되도록 늦게 준비하고, 그 많은 시간을 빈 둥 대다가 마지막 몇 분을 남겨두고 백 미터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이빨 닦기와 세수와 머리 말리기와 과제물 준비까지 일이 분 안에 해치우곤 한다. 모 이런 대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빨도 대충 닦다 보니 아내는 아예 칫솔을 치워버렸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가는 날이나, 성당 가는 날이나, 주말에 나들이라도 가는 날에는, 출발하는 시간 일이 분 앞에서야 채비를 하다 보니,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분노조절에 실패하고야 만다. 어제도, 오늘도 난 그런 주완이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마 이웃집은 벌써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 집 부모가 분노조절장애 일지도 모른다는 걸,


아침마다 고요하고 평화롭던 공간이 소음과 고성으로 채워져 간다.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와 간신히 손 씻기가 끝나갈 때쯤이면, 옷 벗기라는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옷을 벗고 옷을 걸기까지, 풀기 어려운 수학 숙제를 대하듯, 매번 힘들어했다. 좀 더 정확히는 힘들어했다기보다는 생활습관이 잘못 들었거나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축에 속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되어지지 않는 행동들이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나올 리가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했는지 몰랐다.


우리 유전자 속에는 없을 것 같은, 모하나 정리가 안 되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은 우리 부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어 갔다.

언제나 뱀껍질 벗듯 되는대로 벗어던진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바지 한쪽은 반대로 뒤집혀 뒹글고 있었고 양말은 돌돌 말려 있었다. 아내의 샤우팅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그렇다고 부모 둘 중 저렇게 지저분하게 옷정리를 안 하는 사람도 없음에도, 누구를 보고 배운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은 손목을 잡혀 방으로 끌려 들어간다.


아내의 화난 목소리만 들릴 뿐, 아이들의 목소리는 중간중간 추임새만 들려온다.


이때 아이들은 혼나면서도 자기도 알지 못하는 습관들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아내는 말을 하면서 줄곳 화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그쳤지만, 아내의 말과 아이들의 침묵 사이에 화음처럼 터지는 아이들의 헛기침을 놓치지 않았다. 아내는 그 헛기침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목감기가 걸렸을 때라야 들을 수 있는 진한 쇄소리가 울리는 헛기침이, 혼날 때마다 흘러나왔다. 평상시 거의 들을 수 없는 그 소리를, 아이들은 혼날 때만 틈틈이 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헛기침이 "어서 빨리 끝내주세요"라는 속마음을 들킨 줄도 모른 체 4분의 4박자 간격으로 하고 있었다.


때론 그 헛기침이 노랫소리로도 변하기도 하고, 때론 따박 따박 말대꾸로도 나오기도 하고, 때론 참을 수 없는 웃음으로 터져 나오지만, 예외 없이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우리의 샤우팅은 커져만 갔다.


아이들은 현관 앞 신발을 벗고 두 짝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여 놓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의식하지 못할 때는 왜 저 신발이 저렇게 뒤집혀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한다. 아내의 목소리나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라도 하면, 마치 잘 훈련된 마약 탐지견처럼,

후닥닥 달려가 다시 정리를 해두기도 한다. 만약 어느 한 군데를 너무 기분이 좋아 놓치기라도 할 때면, 그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들 중에 하나여서 문제이지만, 빨래통에 빨래가 삐죽 튀어나왔다거나, 식탁 위에 음식물을 흘렸다거나,


그날 숙제가 너무 많아 한두 가지를 빠뜨렸다는 걸 늦게라도 알게 되는 경우에는,

마치 오래 준비해 둔 재능을 뽐내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어깨와 눈썹을 비스듬히 추켜올리며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왔다 갔다 흔들며,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며 둘이서 노래를 부른다. 만약 그런 모습을 우리가 우연이라도 봤을 때는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서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는 선한 에너지를, 태양 에너지 끌어쓰듯이, 우리 몸으로 쑥쑥 충전시켜 받아들인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폭발할 것 같은 감정들은 순식간에 꺼져 들어간다. 그리고 이내 행복해져 무장해제가 되어간다. 감정이 증발되어 버린 그 공간은 진공상태의 블랙홀이 되어 행복을 쭈욱 빨아들인다. 마치 달달한 쵸코스무디를 빨대로 쭈욱 빨아먹듯이, 그대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푹 빠져 버리게 된다.


고쳐질 수 없는 게 습관이라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습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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