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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색

산책 길에 만난 식물들과 대화하기

by 둥이

햇빛은 색으로 빚어지고,


햇빛은 색을 만든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투과되지 못하고 반사된 빛의 파장대가 색이다. 하지만 색은 불행하게도 과학적인 언어로 설명되어지지 않는다. 색은 인문학적 언어로 빚어져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빛은 사물을 투과하기도 하지만, 굴절되기도 한다. 여기서 색은 만들어진다. 사물을 투과하지 못하고 굴절된 빛의 파장이 우리가 망막으로 보게 되는 색이다. 모든 색은 빛과 운명을 같이 한다. 저녁이 되면 색이 없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햇빛은 색으로 말한다.

태양빛을 통과한 식물의 새싹들은 연한 녹색빛으로 그 존재를 말한다. 내가 이렇다는 걸, 이런 식물이란 걸, 색으로 말한다.


식물에겐 색이 언어다.

태양빛이 식물의 잎사귀를 통과할 때 발하는 식물이 가진 색이 있다. 식물은 그 색으로 대화를 한다. 식물이 발하는 그 독특한 색을 볼 때마다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의 위로와 치유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햇볕을 머금고 피어나는 봄꽃들의 향연은 색의 잔치다. 색으로 대화하는 식물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퍼즐 조작을 심어준다. 딱 비어 있는 그 자리에 안성맞춤인, 재단한 것처럼 정교한 기쁨을 선사해 준다.


색이 아니면 그런 감정은 빚어지지 않는다. 태초에 하느님이 우리에게 심어준 자연과의 교감은 그래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


지금 바로 햇볕을 가득 담아 연녹으로 말하는 식물들과 대화하자. 한결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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