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는 날
바람에서 진한 비냄새가 났다.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얼마 안 가 보도블록 위로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는 걸 가장 먼저 알려준 건 이상하게도 냄새였다. 마른 흙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데구루루 동그랗게 말리면서 흙먼지를 일으켰다. 퉁퉁 튕겨 오르는 빗방울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콧속으로 흙먼지가 들어갔을 때처럼 진한 먼지냄새가 났다. 바로 그 순간, 벼락 치듯 기억이 났다. 장롱밑에 숨어있던 조각난 퍼즐이 생각나듯이,
냄새에겐 묘한 능력이 있다.
어디서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잊힌 퍼즐들을 생생히 찾아다 준다.
비 냄새 그 안에 베겨든 나의 시간들이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